분양 홍수 속, 주목 못받는 단지 '어찌하오리까?'

입력 2007-12-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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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무더기 분양 홍수 속에서 분양시장이 전에 없는 '레드오션'에 시달리고 있다.

입지와 분양가, 품질 등 유사한 물량이 많아 마치 일반 소비재 공산품을 팔 때와 똑같은 시장 상황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입지는 어쩔 수 없고, 품질은 대부분 유사한 물량이 많은 만큼 결국 분양 성적표를 좌우하는 것은 분양가인 셈. 이에 따라 주변에 분양하는 회사의 분양가를 철저히 조사하고, 반대로 자사 공급물량의 분양가는 최대한 공개를 늦추는 것이 이미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힌 지도 오래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자칫 경쟁 단지와 비슷했다가는 단번에 '가격 담합'이란 혐의를 받을 수도 있어 분양을 앞둔 업체들의 물량 털어내기 전략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도 품질이나 입지 등에서 경쟁력이 없고, 심지어 브랜드마저 받쳐주지 않는다면 장기 미분양의 나락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최근 벌어지는 분양시장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주목 받지 못하는' 단지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점입가경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몇몇 회사는 아예 청약은 포기한 듯한 모습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청약접수를 시작한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드림파크 어울림'이 대표적인 사례. 금호건설이 분양하는 이 아파트는 각각 731가구와 203가구 두 개 단지를 공급한다. 공급 주택형도 모두 110㎡을 초과하는 중대형물량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1순위 청약이 끝난 현재 전 주택형에서 한 자리 수의 청약통장 만 접수된 상태. 이 아파트가 위치한 오류지구는 통칭 '검단지구'라 불리는 서구 검단동 일대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속한다. 이 일대는 1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형적인 난개발 지역이라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11.15대책에서 이 일대가 검단신도시로 새롭게 지정돼 후광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김포와 인천 경제자유구역, 그리고 파주신도시 등에 밀려 이 마저도 녹록치 않다. 드림파크 분양과 발맞춰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 분양도 잇따라 이루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호건설은 드림파크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3.3㎡당 940만~1000만원 선의 분양가를 책정하는 '극약처방'까지 내세웠지만 2순위까지 분양실적은 처참하기만 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금호건설 측은 조용히 분양을 마감하는 방법을 택했다. 총 900여 세대에 이르는 물량이긴 하지만 파주신도시가 대량 미분양이 나타날 정도인 만큼 청약 마감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 이 같은 '조용한 청약접수'의 이유다. 일단 분양을 해서 상한제는 피한 후 시간을 두고 분양에 나선다는 게 금호건설의 전략이 된 셈이다. 분양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방문객이 적지 않았던 만큼 4순위를 노리고 청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에 공급하는 '가좌 꿈에그린' 역시 이 같은 속내는 마찬가지. 이 단지 역시 분양에서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가좌 도시개발사업지구에 87~191㎡ 545가구를 분양할 이 아파트의 문제는 경쟁상대가 막강하다는 데 있다.

이미 한달 전부터 분양을 선언한 덕이동 '하이파크시티'나 식사동 '위시티' 등은 규모만도 20만평 가량인 '미니신도시'급 대단지인데다 대형 업체가 콘소시엄 형태로 참여, 명실상부한 미니신도시로 구축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반면 가좌 꿈에그린의 경우는 이들 지역에비해 입지가 떨어지는데다 규모도 작고, 브랜드도 내세우기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더욱이 기존에 입주한 도시개발사업지구 아파트도 3.3㎡당 1000만원 안팎의 매매가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수요자들에게 어필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양 홍수 속 '주목 받지 못하는 단지'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분양물량이 넘쳐흐르는데다 내년에 쏟아질 신도시 분양물량이 저분양가 장점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칫 대량, 장기미분양 사태가 벌어져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 하나를 추진할 때 걸리는 시간은 최소로 잡아도 5년은 걸린다" 며 "이처럼 애써 추진한 사업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면 회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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