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부 차장
국내 대형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도 앞다퉈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이미 시중에 판매되는 4차 산업혁명 펀드 등 관련 상품에 많은 투자들이 몰리며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품 역시 투자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관심 정도가 심해지면서 단기 과열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실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생겨나고 있고, 이 중 상당수 기업들이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거품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코스닥 종목들은 ‘4차 산업 관련주’로 떠오르며 개미투자자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에 앞서 해당 기업에 대한 실적 등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거친 후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기업 분석과 연구 없이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100%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4차 산업 관련주의 개념이 광범위한 것도 문제이다. 실질적으로 그에 해당되는 종목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국내에는 아직까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주가 기술을 보유하거나 선두 위치에 있는 기업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4차 산업 수준은 초기 단계로,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UBS가 지난해 45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상태를 평가한 결과에서 한국은 스위스(1위), 미국(5위) 일본(12위). 독일(13위)보다 훨씬 뒤처진 25위에 그쳤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례로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도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제야 급하게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출범시켰다.
결국 현시점의 대한민국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할 능력이 거의 없다”인 셈이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4차 산업혁명은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결정한다’며 이를 준비해 왔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내세운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부가 관련 분야에 집중함은 물론,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제대로 된 정책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꾸물댈 시간이 없다.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겪기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최근 4차 산업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글로벌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를 제쳤다.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은 10만 대에도 못 미치지만, 1000만 대를 판매하는 GM보다 미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된 역사적 사건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넘어서고,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구글을 바짝 쫓아가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