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 변화 나선 홀푸드…유기농이 능사 아냐

입력 2017-04-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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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인 자나파트너스가 지분 사들이며 경영 변화 압박해

미국의 대형 유기농 마켓인 홀푸드가 실적 부진을 겪으며 경영 전략을 변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더는 ‘유기농’이 홀푸드만의 특색으로 작용하지 않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자나파트너스는 지난 10일 홀푸드의 지분을 8.8%로 확대하면서 경영 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자나파트너스는 “홀푸드가 전통적인 식료품 업계의 관행에 더 적응하길 바란다”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쿠폰을 발급하고 판매와 할인 광고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자나파트너스의 지분 확대를 환영했지만 홀푸드는 즉답을 피하며 실적 개선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확신을 주지 못했다.

홀푸드는 1980년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 지역에서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사업을 이끈 건 채식주의자인 존 매키 CEO다. 건강에 관심 많은 미국인이 늘면서 홀푸드는 성장을 구가했다.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던 홀푸드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11개의 식품 공급 체인을 매수했다. 그 결과 1995~2005년 사이 매출은 6배 성장했다. 수십 년간 홀푸드는 유기농 식품 시장에서 선두를 이끌면서 프리미엄 가격을 고수했다.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유기농을 모방하는 식료품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홀푸드는 경쟁력을 잃었다. 창고형 소매업체인 코스트코는 자사가 그 어떤 식료품점보다 많은 유기농 식품 판매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식료품 소매기업인 크로거사의 유기농 식품은 홀푸드 전체 매출액 능가한다. 홀푸드가 독점했던 고급 샐러드 바 및 맥주 바도 다른 식료품점에서 따라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아마존닷컴도 식료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유럽의 슈퍼마켓 체인 기업인 리들도 올해 미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매키 CEO는 “전통적인 슈퍼마켓이 우리를 모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홀푸드의 매장 방문 고객은 지난 6분기 동안 총 1400만 명 줄었다고 바클레이즈는 분석했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장기적인 실적 둔화다. 홀푸드의 주가는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지금은 당시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홀푸드 측은 2015년 9월 직원 1500명을 정리 해고한다고 칼을 빼들었다. 비용 절감에 발 벗고 나섰음에도 작년 9월 마감한 회계연도에서 영업이익률은 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홀푸드 제품의 가격이 경쟁사들보다 비싸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있는 홀푸드 매장을 방문한 45세 여성 캐시 프라이스는 “너무 비싸서 피망 몇 개 밖에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홀푸드는 지난가을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매키와 월터 롭 공동 CEO 체제를 청산하고 단독 CEO 체제로 돌아섰다. 당시 매키CEO는 “나는 홀푸드와 사랑에 빠져 있다”고 밝히며 CEO직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롭 CEO는 자리를 내놓고 이사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롭이 매키 CEO보다 더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홀푸드는 고가의 유기농을 부각하기보다 전통적인 식료품 업체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근 TV 광고를 늘리고 전단도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실적이 저조한 매장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매키 CEO는 “홀푸드가 1년 안에 살아날 것을 확신한다”며 “현재 우리는 은행에 수십억 달러가 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또 그는 “우리는 위기에 빠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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