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모하비, 디자인과 파워로 승부한다

입력 2007-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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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새로운 SUV 모바히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기아차는 22일 기아 화성공장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모하비 시승회를 열었다. 출시 예정 시기인 내년 1월까지는 시간이 꽤 남은 상태라 이러한 사전 공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3년 간 다듬은 새 차의 최종 양산형 모델은 북미 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해 스타일이 당당하고 웅장하다. 언뜻 보기에는 쌍용 렉스턴보다 작아 보이지만 실제 사이즈는 오히려 더 크다. 전반적인 느낌은 실제 경쟁하게 될 차종 중 포드 익스플로러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인테리어는 동급인 현대 베라크루즈 이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마무리가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후진 시 시야를 확보해주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나 리얼 5.1채널 DVD 시스템, 전복 감지 커튼 에어백은 국내 처음 적용되는 장비들이다. 또한 버튼으로 시동을 거는 스마트키와 TPEG(실시간 도로정보 표시) 내비게이션은 대형 SUV 최초로 적용되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모하비의 앞부분에는 새로운 전용 엠블럼이 장착되었다. ‘The One’이라는 영문을 형상화한 엠블럼 위에 ‘Mohave'가 새겨져 있는 새 엠블럼은 오피러스의 것과 비교해볼 때 글자만 다르고 디자인은 같다. 하지만 이는 내수용에만 달리는 것이고, 수출용에는 기아 마크를 부착하게 된다.

이 엠블럼 디자인은 오피러스 때부터 쓰던 것이어서 피터 슈라이어가 손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엠블럼 형상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피터 슈라이어 대신 국내 상품 담당자가 나서 대답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시승은 고속 주회로와 범용시험장을 달려보며 이뤄졌다. 고속 주회로는 모두 4개의 레인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 최고속도가 달라 차의 성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평가해볼 수 있는 곳이다. 모하비는 베라크루즈보다 높은 250마력의 엔진을 얹고 뒷바퀴굴림 베이스의 4WD로 구동된다. 또한 베라크루즈에서 초기에 속을 썩였던 아이신 워너사의 미션 대신 독일 ZF의 자동 6단 기어를 달았다.

시동은 매끄럽게 걸리고, 웬만큼 속도를 높여도 실내가 고요하기만 하다. 예전 미국차들처럼 출렁거리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유럽차의 단단한 감각보다는 편안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자 시속 180km까지는 무난히 뻗어나간다. 그러나 시속 190km까지 힘겹게 가속된 이후에는 속도계가 거의 움직이질 않았다. 동승한 연구원은 “시속 190km에서 연료차단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고 부연설명을 했다. 엔진 출력을 보면 연료 차단 시점을 조금 늦춰도 될 듯 하다.

이 차는 상향 40mm, 하향 40mm까지 조절할 수 있는 전자식 에어서스펜션을 달고 있다. 하향 모드는 차체를 낮춰 짐을 싣기 편하게 하기 위함이다. 운행 중 잠시 세우고 하향 모드로 바꿔보았는데, 차체가 출발하자 바로 노멀 모드로 전환했다. 즉, 달릴 때는 차체를 임의로 낮출 수 없는 구조다. 시험 환경의 특성상 제대로 된 오프로드 성능을 맛볼 수는 없었지만, 이는 추후에 따로 체크해볼 예정이다.

한편 이날 보도발표회에 참석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부사장(CDO)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때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강조하고 “품질과 디테일, 소재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기아차에 아직 고유의 색깔이 없는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기아는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면서 “모델별로 진행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피터 슈라이어는 카디자인계에 정평이 나 있는 영국 RCA를 졸업하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아우디 TT와 아우디 A6뿐 아니라 R8 르망 레이싱카 디자인에도 관여해 명성을 높였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기아차가 거의 돋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브랜드가 아니라 디자인만 보더라도 기아차임을 알 수 있도록 색을 입혀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가 시도할 ‘기아 디자인의 변혁’이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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