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케이론파트너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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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도착하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버스를 탑승할 땐 앞문으로 승차해야 하지만, 이 순간만은 예외다. 공간이 좁은 앞문으로 진입했다가는 버스를 놓쳐 버리기 일쑤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은 포지셔닝이 뛰어나다. 버스의 예상 정차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미리 자리 잡고 있다. 버스 안 전쟁터의 절대강자는 아주머니들이다. 출근 전쟁의 베테랑인 이들은 공간 침투에 최적화된 작은 체형을 갖고 있다.
출근 전사들로 가득 찬 버스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문을 닫는 데 성공한다. 출근 전사들은 테트리스 블록이 맞춰지듯 각자의 모양으로 무게 중심을 지탱하며 내릴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좌석 테두리나 교통카드 단말기 등 주변 사물을 최대한 활용해 버텨야만 한다. 좁은 공간이다 보니 치한으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손을 들고 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맹을 맺은 기분이다.
여의도 환승센터에 도착하면 출근 전쟁은 1일간 휴전에 돌입한다. 하루의 반이 지나간 것처럼 힘들었지만, 오늘 하루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는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일은 꼭 10분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다짐을 오늘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