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정경유착 근절과 검찰 해체

입력 2016-12-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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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관련된 금품 수수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정경유착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역대 정권에서 계속 있어 왔다. 특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번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 본인에 의한 정경유착 부패 의혹 사건이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정경유착은 정부의 의사결정을 하는 정치인이 일정한 대가를 전제로 특정한 기업에 적극적 또는 소극적인 형태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특정 기업에 대하여만 주무관청에서 사업상 인허가를 준다거나,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면제해 주고 검찰이 비위 사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정경유착은 군사독재 시대 정부 주도 산업화 과정의 역사적 산물이다. 군사독재 시대의 정부 주도형 대기업-수출산업 중심의 경제 성장 전략은 각종 인허가 및 규제를 수단으로 특정 기업에 특혜를 부여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재벌집단이 성장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경유착이 가져오는 폐해는 매우 크다. 우선 정경유착은 특정 기업에 대하여 편파적인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공권력이 행사되는 것이고, 이러한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공권력 행사는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가져온다.

정경유착이 심화하면 건전한 경제 발전은 저해되고, 정치와 유착 관계를 맺은 기업만 성장하게 된다. 특히 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정치권에 줄을 대어 특혜를 받아 사업을 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정경유착 근절은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작금의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국가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경유착 부패는 필연적으로 세금의 낭비를 가져오게 된다.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로 분배해야 하는데, 정경유착으로 인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세금이 지출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게이트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에서 소위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된 것만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신문보도가 있다. 이 중에는 필요한 사업도 있겠지만, 단지 최순실 측에 특혜를 주기 위해 편성된 예산도 다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필요한 예산 지출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최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이번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었다. 만약 국민연금이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박근혜·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합병에 찬성한 것이라면, 이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갖다 바친, 정말 악질적인 정경유착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정경유착은 이번 촛불 혁명을 계기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정경유착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에서 그 원인을 근절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사회·문화적으로 만연했던 청탁문화를 근절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정치 영역 및 경제 영역에서 새로운 정치 구조와 경제 구조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정경유착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회는 내년도 국회에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정경유착을 근절할 수 있는 개혁과제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 제안하면 그것은 검찰개혁이다.

최근 정경유착 사례를 보면 정치권의 요구에 기업이 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검찰 수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번 게이트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검찰이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다. 따라서 청와대가 인사권을 매개로 검찰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이상 기업은 대통령의 요구에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특히 최고 권력과의 정경유착을 해소하는 방법이 된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개혁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면서 해결 방안으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설립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소극적인 검찰권 불행사에 대한 대책은 될 수 있으나, 적극적인 검찰권 남용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궁극적인 검찰개혁 방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각각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검찰을 해체하여 두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을 수사 담당 ‘국가수사청’과 기소 담당 ‘국가기소청’으로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 개혁 방안이 왜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음 달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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