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 “한진해운 사태 아프지만 해운업 인식 전환 계기”

입력 2016-12-23 11:06수정 2017-01-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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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정부 지원, SM상선 원가구조 강점… 컨테이너 선사 경쟁력 회복 기대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21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된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며 “조선업계와 비교해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동근 기자 foto@

최근 영국의 해운 전문 권위지 ‘로이즈리스트’는 올해 ‘해운업에 영향을 준 인물·기업 100’을 선정하며 ‘한진해운과 산업은행, 한국(Korea Inc.)’을 함께 묶어 2위에 올렸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운사 파산으로 기록된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 대란이 세계 해운업계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이다.

올해 국내 해운업계는 격랑의 시기를 보냈다. 전 세계 선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한 치킨게임을 전개하는 가운데, 해운동맹 가입을 위한 이합집산을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7위, 국내 1위의 선사인 한진해운은 3000억 원의 유동성을 마련하지 못해 지난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설립 40년의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상선은 살아남아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머스크·MSC)에 가까스로 승선했다.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한 에스엠(SM)그룹은 내년 3월 신설 법인인 SM상선(SM LINE Corporation)을 출범하고 컨테이너선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올해 해운산업은 ‘세계 7위 규모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지만, 이를 계기로 해운업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기도 했다”면서 “해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는 선주·화주·금융·조선 등 연관 산업의 협력이 잘 이뤄져 해운 강국으로 재도약하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본지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선주협회 사무실에서 김영무 부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 부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올해 해운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마디로 참담하다. 양대 국적선사가 위기를 잘 견디길 바랐는데 아쉬운 결과가 됐다. 정부 주도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지난 7 ~ 8년간 해운산업 불황이 지속됐는데, 그동안 해당 선사가 알짜 자산을 매각하여 유동성을 마련해 버티다가 더 이상 팔 자산이 없으니까 청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조선업계와 비교하면 해운산업 구조조정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 선사가 된 현대상선은 가까스로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에 가입했다. 하지만 정식 회원이 아닌 ‘2M+H 전략협력(Strategic Cooperation)’ 체제로 반쪽 가입이라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해운동맹은 정기선사 간에 선복매입(Slot Purchasing)·선복교환(Slot Exchanging)·선복공유(Vessel Sharing) 등의 제휴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중 선사 간에 가장 유용한 조합을 선택해서 쓰는 게 맞다. 학자들이 해운동맹에 대해 내린 정의는 없다. 현대상선이 2M과 체결한 ‘2M+H Strategic Cooperation’은 예전에 없던 형태라 논란이 있는 것이다. 항로 운영 시 동맹 해운사들의 배를 섞어서 운영하는 선복공유가 포함되면 좋았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계 1위인 머스크의 선복량은 320만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다. 독일 함부르크 수드((Hamburg Sud) 인수로 선복량은 380만 TEU까지 늘어난다. 전 세계 선복량의 18.6%다. 그런데 현대상선 선복량은 45만 TEU(2.2%)에 불과하다. 8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선사가 들어오는데, 머스크 입장에서는 MSC와 같은 수준의 협력이 이뤄질 수는 없다. 2M과의 동맹기간 3년 동안은 선복량도 늘리지 못한다. 타 얼라이언스처럼 5년, 10년간 길게 하면 손해다. 3년 동안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해운동맹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이후 선복량을 확대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최상은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라고 본다.”

△현대상선이 가까스로 2M에 가입한 가운데 해운업계 치킨게임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가?

“머스크를 선두로 한 해운업계의 치킨게임은 향후 2 ~ 3년은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기간 선복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치킨게임을 주도하는 머스크는 2010년 이후로는 선박 발주로 선복량을 키웠다. 전체 시장의 선박 공급 과잉을 불러왔다. 그러나 최근엔 선복량 증가 대신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파이를 잠식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재 선대 규모에서 경쟁력이 없는 선사는 머스크가 흡수하는 구조로 돼 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치킨게임에 걸려든 선사가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다. 결국 머스크와 구주, 미주노선의 경쟁자였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로 보내졌고, 현대상선은 머스크 주도의 해운동맹에 포함됐다.”

△전 세계 해운업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이 같은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보는가?

“향후 해운업계 선복량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잘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또 현대상선이 유일한 국적선사가 됐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지난 10월 31일 정부가 관련 부서 합동으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여기엔 원양선사의 원가 경쟁력 확보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한국선박회사 설립, 선박 신조 지원프로그램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1조 원 규모의 한국선박회사는 선사 소유 선박을 시장가로 인수해 선사에 재용선해 준다. 장부가와 시장가 차이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으로 공급한다. 또 초대형 고효율 컨테이너선 확보를 위해 2조6000억 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정부 지원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만약 실효성이 없다면 세부사항을 수정해 가면서 경쟁력 있게 만들어 가면 된다. 정부의 이 같은 해운업 지원 정책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선복량 규모인 100만 TEU급으로는 키워야 한다. 규모를 키워야 비용이 절감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준 세계 6위권이 된다.

해운업계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현대상선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쓰는 방안도 좋다고 본다. 신조도 좋지만 속도감 있게 성장하기 위해선 M&A가 필요하다. 또 선주협회와 무역협회 주관으로 ‘선.화주 경쟁력 강화 협의체’를 만드는데 이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국적선 적취 50% 이상인 화주에게 법인세 혜택이나 화물입항료 감면, 선복 우선배정 등 인센티브가 마련돼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것이다.”

△SM그룹은 벌크선사인 대한해운에 이어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을 인수하며 컨테이너선 사업에 도전했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SM상선은 항공업계로 보면 LCC(저비용항공기)다. 저비용 전략으로 갈 거다. SM상선은 원가 구조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현재 배값도 싸고 용선료도 저렴하다. 재무적으로 보면 부채도 없다. 원가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선사 중 하나다. 신규 진입으로 네트워크 문제가 있겠지만, 한진해운 시스템을 접목하면 그런 어려움은 이겨낼 것으로 본다. SM상선이 승계한 한진해운 인력 300여 명의 인적 네트워크도 기대해 볼 만하다. 당장은 해운동맹 가입은 어렵지만,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미주노선의 틈새시장(니치마켓)을 공략하면 된다. 중소 컨테이너 선사로서 생존 경쟁력이 있다. 잘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 해운산업의 신뢰 회복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해운업계에 대한 신뢰는 두 번 무너졌다. 첫 번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외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를 인하하라고 공언한 것이다. 국제 간 금융거래에서 용선료를 재조정해 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는 세계 7위 규모 선사를 단번에 법정관리로 보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과 같은 국내 1위 선사도 한국 정부가 법정관리로 보냈는데, 또 못 보내겠냐는 의구심이다. 그리고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이 발생했다. 물류 대란으로 전 세계 화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 글로벌 선사들과 화주들에 대해 신용을 잘 지키고, 정부가 발표한 해운산업 지원책을 꾸준히 잘 지켜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신뢰 회복의 길이 될 것이다.”

◇김영무 부회장은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배재고,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대한선주, 조양상선에서 1항사로 근무했다. 1983년 선주협회에 입사해 해무부, 업무팀 등을 거쳐 2003년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1991년 세계해사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비상임이사,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이사, 울산항만공사 항만위원,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 등도 맡고 있다. 2013년에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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