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도입신약 팔아서 신약개발’..유한양행 체질개선 신호탄

입력 2016-07-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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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신약 수출 계약..'다국적사 신약 판매 치중' 비판 불구 자금력으로 R&D 역량 강화

유한양행이 모처럼 신약 기술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로 확보한 자금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외부 유망신약을 발굴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자체 연구 성과도 점차적으로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중국제약사 뤄신과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신약후보물질 'YH25448'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억2600만달러(약 1419억원)이며 유한양행은 뤄신으로부터 계약금 600만달러를 받고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수출료(마일스톤) 1억20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유한양행 본사 전경
YH25448은 유한양행에서 연구개발 중인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억제제다. 현재 전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기술 이전이 성사되며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계약은 유한양행이 지난 2008년 위장약 ‘레바넥스’를 중국에 수출한 이후 8년만에 이뤄진 신약 수출 계약이다. 레바넥스가 현지에서 상업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고 개발이 중단돼 현재로서는 YH25448이 유일한 수출 신약이 됐다.

◇유한양행,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 등으로 캐시카우 확보

업계에서는 이번 수출 계약이 유한양행의 본격적인 체질개선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린다.

사실 그동안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에 소홀하고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숱하게 받아왔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각종 수치만 봐도 이러한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비리어드’(682억원), ‘트라젠타’(495억원), ‘트윈스타’(429억원) 모두 길리어드,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유한양행의 매출(2742억원)에서 상품매출(1931억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70.4%에 달했다. 남의 제품을 팔아서 거둔 매출이 직접 만든 제품으로 올린 매출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오너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는 기업 특성상 왕성한 투자를 주저하고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15.4%)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969년 주주총회 석상에서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가 당시 조권순 전무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평사원 출신에서 대표를 선정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라는 유 박사의 신념대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했다. 1500여명의 임직원 중 유일한 박사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다.

사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의 성적표는 만족할만 하다. 유한양행은 2000년대 들어 단 한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별도 기준)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약산업 이해도가 높은 전문경영인들의 과감한 결단력과 시장흐름을 읽는 안목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유한양행의 실적 고공비행을 두고 조롱섞인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지만 실제로 영업현장에서는 부러움을 표출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상위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유한양행이 영업을 잘해서 거둔 실적일 뿐, 다른 제약사들은 문제를 제기할 처지가 안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종근당, 한미약품, 녹십자, 일동제약 등 국내업체 대부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권 도입 경쟁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다국적제약사들이 만든 복제약(제네릭)도 대신 팔아주는 굴욕도 감수한다. 유한양행이 기대 이상의 도입신약 판매 실적을 거두면서 시장성 높은 신약을 새롭게 장착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연도별 유한양행 매출 추이(단위: 억원, 자료: 금융감독원)

◇풍부한 자금력으로 외부 투자 활발..R&D 성과 가시화

유한양행이 도입신약에 기대 외형 확대에만 치중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며 조용히 변신을 꾀했다.

특히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연구개발(R&D) 역량을 외부 수혈을 통해 메우고 있다. 유한양행의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은 434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1년 엔솔테크(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45억원을 지분 투자한 것을 비롯해 한올바이오파마, 테라젠이텍스, 엠지, 바이오니아, 코스온, 제넥신 등 바이오업체 및 화장품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바이오벤처 소렌토와 면역치료제의 개발·상업화를 위한 합작투자회사(조인트벤처) ‘이뮨온시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면역항암제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이번에 기술 이전한 YH25448은 유한양행이 지난해 7월 오스코텍으로부터 기술 이전 받은 이후 약 1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술 가치를 끌어올렸다. 유한양행의 또 다른 기술 수출 가능성이 점쳐지는 퇴행성디스크치료제 ‘YH14618’은 5년 전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지분 투자로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4년 영양수액제 전문기업 엠지를 인수했는데, 엠지의 영양수액제는 올 상반기에만 1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한 투자가 새로운 캐시카우를 창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외부 투자가 캐시카우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 됐다.

유한양행의 자체 R&D 역량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항암제, 당뇨·비알콜성지방간치료제 등 5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은 자체개발신약 ‘레바넥스’보다 효과가 강력한 후속물질을 개발 중이었지만 상업화를 포기하는 등 시장성이 크지 않은 신약 파이프라인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항암제, 대사질환, 당뇨 등에만 전념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는 고혈압약 '텔미사르탄'과 고지혈즈약 '로수바스타틴' 성분을 결합한 복합신약 '듀오웰' 허가받으며 자체개발 첫 개량신약도 내놓았다. 유한양행은 현재 5종의 개량신약을 개발 중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자체 기술로 발굴한 신약 물질과 외부 투자로 도입한 신약물질이 곳곳에 포진해있다”면서 “적극적인 R&D 투자로 2018년까지 3개 이상의 혁신신약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R&D 파이프라인(자료: 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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