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밀실 자본’에 흔들리는 생보업계…MBK 책임론도

입력 2016-07-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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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이어 中 태평생명·푸싱그룹 참여…정보 제한적 “투명성 확보 필요”

중국발 ‘밀실 M&A’에 생명보험업계가 뒤숭숭하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ING생명보험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11시에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MBK파트너스 본사에서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ING생명 노조는 차익을 중시하는 MBK파트너스의 매각 작업을 규탄하고 특히 인수 후보자 가운데 투명하지 않은 중국 자본과 또다시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할 계획이다. 정문국 사장의 스톡옵션과 ‘MBK의 먹튀’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할 계획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에 1조8400억원을 투자해 ING생명 지분 100%를 사들였다.

단기간 내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 성격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당시 MBK파트너스로부터 ‘2년간 ING생명을 되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는 재매각 제한 기간이 끝난 작년 말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매각가격을 3조~4조원대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인수 때보다 두 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다음달 초 ING생명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본입찰 참가사로는 홍콩계 사모펀드 JD캐피탈,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으로 압축되고 있다. 만약 중국계 보험사인 태평생명과 푸싱그룹이 ING생명을 사들일 경우 중국자본이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중국자본의 국내 보험업계 유입은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문제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영업 중인 안방보험이나 ING생명 인수전에 참여한 태평생명, 푸싱그룹 등 중국자본이 베일에 가려 있다는 것이다.

안방보험의 경우 동양생명에 이어 올해는 알리안츠생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4월 초 안방보험이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알리안츠생명 매각에 대한 매매계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 안방보험이 중국 감독당국에서도 알리안츠생명 인수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중국보험관리감독위원회(CIRC)가 안방보험 감독을 실시한다는 외신이 나온 후부터다.

보험업법 시행령을 보면 외국법인 대주주는 해당 국가의 감독기관에서 기관 경고 이상에 상당하는 행정처분을 받거나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안방보험의 현재 상황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대주주변경승인 신청을 해오면 그때 관련 사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아직 대주주변경승인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 매각 작업과 관련해서는 확인이 안된다”고 답했다.

국내 시장에 알려진 안방보험의 정보는 제한적이다. 비상장사라 지배구조는 물론 자본구조 조차 명확하게 알려진 내용이 없다. 금융당국은 개별회사가 당국에 제출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태평생명과 푸싱그룹에 대한 정보 역시 시장에 부족한 실정이다. 만약 ING생명이 중국계 자본에 매각된다면 인수자 정보가 제한된 ‘밀실 M&A’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기철 ING생명 노조 지부장은 “중국 자본이 안고 있는 수익위주 사업, 리스크 측면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언제 ‘엑시트’할 지 모른다는 우려 등을 고려할 때 중국 자본의 대주주 적격성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자본이 지금보다 더 투명해야 한다”며 “다만, 자칫 국수주의로 편향될 수 있는 가능성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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