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7월의 참의원선거가 궁금하다

입력 2016-06-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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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7월 10일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헌법 개정을 목표로 삼은 아베 정권이 대승하느냐 야당 세력이 공산당을 포함시킨 사상 최초의 공조체제로 이것을 저지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법 개정이 아베의 목표

일본의 이익을 강하게 추구하려는 아베 정권의 다음 목표는 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어 총 국회의원의 3분의 2를 차지한 다음 헌법 개정을 발의하는 데 있다. 개헌 발의의 필요조건이 총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찬성이기 때문이다. 일본 개헌의 핵심은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포기를 명기한 헌법 제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는 데 있다.

지난해 9월 아베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제를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로써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조건이 정비됐지만, 그 과정과 그 이후 일본 시민들이 안보법제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줄곧 펼치면서 아베 정권을 압박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위헌인 안보법제를 독재적 수단으로 강행 처리한 아베 정권 타도를 외치는 헌법학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당 ‘국민분노의 목소리’가 출범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도 근본적으로 일본국 헌법이 일본의 군대 보유 자체를 ‘위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위헌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아베 총리의 비원이기도 하다.

7월 더블선거의 구상과 좌절

현재 중의원은 여당이 의원 수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참의원은 그렇지 않다. 참의원의 의원 정수는 242명이고 6년 임기이지만 3년에 한 번씩 그 절반인 121명을 개선(改選)하는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현재 참의원에서는 자민당 116명과 공명당 20명을 합해 136명이 여당 의원이며 과반수는 넘지만 3분의 2 이상이 되는 162명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에 자민당 50명, 공명당 9명 등 모두 59명의 여당 의원이 개선된다. 환언하면 현 참의원 의원 중 여당 의원 77명은 개선되지 않고 임기가 아직 3년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여당만으로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인 162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해 85석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59명인 여당 의원 수에 무소속과 야당 중에서도 개선 세력인 오사카 유신회 등을 합하면 70석 정도가 된다. 이번 선거로 개헌선인 162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70석을 85석까지 늘려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 대승을 위해 당초는 중의원까지 해산해 같은 날 더블로 선거를 실시하는 안을 계획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참의원이 3년마다 반을 개선하는 데 비해 중의원의 경우 임기가 일단 5년이지만 해산의 대의명분이 서면 총리 권한으로 중의원 자체를 수시 해산할 수 있다. 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해 그 결과 집권당이 승리하면 다시 내각을 구성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집권세력이 바뀐다.

보통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중의원을 해산할 명분이 생긴다. 아베 정권의 경우 최근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서 일본이 엔고로 복귀함에 따라 아베 총리의 공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엔저 정책을 통한 경기회복’을 공약한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아베 총리는 이런 비판에 대해 중의원을 해산, 총선거를 실시해 심판받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여전히 여당보다 낮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중의원을 해산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이용해 중의원을 해산하고 같은 날 참의원 선거와 중의원 선거라는 더블 선거를 실시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더블 선거가 되면 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야당 측은 동시에 많은 사람을 공천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선거의 규모가 커지면 조직력이 강한 여당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진이 알려준 아베의 오산

그런데 아베 총리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4월 14일에 일어난 구마모토(熊本) 지진이다. 구마모토 지진은 16일에 본진이 일어나 그 규모는 매그니튜드 7.3으로 1997년에 일어난 고베(神戶) 대지진과 같은 규모였다. 그 후 여진이 계속되어 구마모토현을 중심으로 이웃 오이타(大分)현까지 더 큰 지진이 발생할 위험이 현재도 존재한다. 이 지진으로 피해지역이 거의 마비돼 그 지역 선거 실시가 불가능해졌고 여당은 피해지역 복구를 무시하면서까지 선거 논의에 몰두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도 아베 정권은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경기는 후퇴했고 그것이 아베 정권이 2014년 4월부터 소비세를 3%(5%→8%) 올린 탓이라는 야당들의 비판이 강했다. 중의원 해산을 오히려 정당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베 총리의 공약은 현 8%인 소비세를 2017년 4월 다시 2% 올려서 10%로 한다는 데 있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세계의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본 엔화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소비세를 10%까지 올리면 경기가 얼어붙을 것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소비세 증세를 2019년 10월까지 2년 반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국민의 생활을 고려한 덕분인지 아베 정권의 지지율은 오히려 3% 정도 상승해 50%선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은 아베노믹스 실패를 외치며 아베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중의원 해산 총선거의 절호의 기회이지만 아베 총리는 5월 25일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여당 간부들에게 전달했다. 구미모토 지진의 피해 등을 생각해 국민 감정을 배려했다고 할 수 있다.

연립여당 공명당이 중의원 해산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계속 설득한 결과이기도 했다. 여당은 참의원 선거만으로 개헌선인 162석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여당 내 장애요소까지 겹쳐

그런데 장애요소가 더 있다. 여당으로서 국민들의 반발을 사는 스캔들이 계속 터지는 바람에 아베 정권은 지지율이 50%를 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45% 이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자민당의 스캔들이란 불륜 스캔들과 도쿄 도지사의 공금 문제다.

먼저 이전부터 여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전 자민당 중의원 의원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 씨는 임신 중이던 아내가 출산할 무렵 다른 여성과 연속 밀회한 사실이 보도되어 지난 2월 스스로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남성 국회의원들도 아내를 위해 육아휴가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으나 자신이 아내의 임신?출산 중에 불륜을 저질렀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컸다. 그의 아내도 자민당 중의원 의원이므로 화제성이 폭발적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이번 참의원 의원 후보로 자민당이 공천을 계획한 인물이 불륜으로 배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100만 부 이상 팔린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 씨다. 오토타케씨는 양팔?양다리가 없는 중도(重度) 장애인이지만 인생을 힘차게 개척해 나가는 모습으로 일본 국민들의 넓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 5명의 여성과 불륜 여행을 다녀온 것이 모 주간지에 폭로돼 자민당은 그의 공천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더해 여당 후보로 당선한 현 도쿄 도지사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씨의 막대한 해외출장비와, 공사 구별을 못한 공금 사용이 도마 위에 올라 국민 90% 이상이 사임을 요구하는 가운데 6월 21일 그는 미련을 토로하면서 사임했다. 이런 불상사가 속출해 여당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야당들은 안보법제 폐안과 평화헌법 개악 저지, 아베노믹스 실패 책임론 등을 외치며 사상 처음으로 공산당까지 포함한 선거 협력으로 야당연대를 성사시켜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7월 10일의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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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출생. 도쿄대 공학부 졸. 고려대 정치학 박사. 한국으로 귀화. 현재 세종대 인문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독도종합연구소장. 웹사이트 ‘독도와 동아시아: www.dokdoandeastasia.com’ 운영자. 저서 ‘대한민국 독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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