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요건 충족해야…최태원 회장 지배기반 확충, 계열사 지분정리 숨가쁘게 진행될 듯
SK그룹은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계열사간 지분 정리 등 앞으로 2년간 지주회사가 갖추어야 할 각종 요건들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배주주인 최태원(47ㆍ사진) 회장의 지배기반은 한층 공고히 하면서 선진적 지배구조로 탈바꿈하기 위한 ‘숨가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33개 계열사 지주회사 SK홀딩스에 편입
재계 3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 SK그룹은 59개 계열사(6월1일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준)를 두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출범으로 최 회장을 정점으로 33개에 달하는 계열사가 수직 계열화 구도로 지주회사 SK에 편입됐다. SK C&C를 비롯, SK케미칼, SK건설 등은 지주회사의 ‘우산’에서 벗어나 있다.
SK는 SK에너지(이하 지주회사 소유 지분율 17.3%), SK텔레콤(21.6%), SK네트웍스(40.6%), SKC(44.2%), SK E&S(51.0%), SK해운(72.1%), 케이파워(65.0%) 등 7개 자회사를 거느린다.
7개 자회사 중 SK에너지는 SK인천정유(90.6%), 대한송유관공사(32.3%), 오케이캐쉬백서비스(96.6%), 엔카네트워크(50.0%), SKCTA(50.0%), SK모바일에너지(88.3%) 등 7개 손자회사를 둔다.
또 SK텔링크(90.7%), SK와이번스(100.0%), SK컴즈(85.9%), 이노에이스(14.2%), 에어크로스(57.1%), 팍스넷(59.7%), 티유미디어(32.7%), 서울음반(60.0%), IHQ(34.0%) 등은 SK텔레콤의 손자회사들이다.
SK E&S는 SK가스(49.5%), 대한(40.0%), 부산(40.0%), 청주(100%), 구미(100%), 포항(100%), 충남(100%), 전남(100%), 강원(100%), 익산도시가스(100%) 등 10개사를 손자회사로 이끈다.
이외 ▲SK네트웍스-엠알오코리아(51.0%), 에콜그린(55.0%) ▲SKC-SK텔레시스(77.1%), SKC미디어(100.0%) 등이 각 자회사에 대한 손자회사들의 면면이다.
◆최태원 회장, SK에너지ㆍSK케미칼 지분 등 매각할 듯
지주회사인 SK에 대해 안정적인 지분만 확보하고 있으면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기반은 견고해지는 구도다.
하지만 최 회장 개인의 SK 지분은 0.96%에 불과하다. 부인 노소영씨와 사촌형 최신원 SKC회장 등 일가 지분을 합해도 1%가 안된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44.5%)로 있는 SK C&C 11.16% 및 임원 지분, 자사주 17.34%까지를 합해도 29.51% 수준이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빼면 12.17%에 불과하다.
최 회장 자신이 직접 나서거나 SK의 최대주주인 SK C&C 등 계열사를 통해 SK에 대한 지분 확충이 필요하다.
이 같은 필요성 때문에 최 회장은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는 SK에너지 지분 0.97%를 매각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 SK케미칼 지분 5.86%, SK건설 1.54% 등도 소유하고 있다. 이를 현금화해 SK 지분 확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3단계 출자'만 허용된다. 지주회사가 해서는 안되는 일들도 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는 안되고, 지주회사→자회사, 자회사→손자회사 출자지분은 각각 20%(비상장 40%)를 밑돌아서는 안된다.
게다가 지주회사는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자회사는 손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손자회사도 마찬가지다. 또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와 자회사는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각각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둘 수도 없다. 다만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다.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공정위 승인하에 2년이 더 주어진다.
◆향후 2년간 계열사간 상호출자지분 정리 필요
따라서 SK에너지 지분이 17.34%에 그치고 있는 SK는 앞으로 2년안에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한다. SK 자회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SK C&C 지분 각각 30.0%, 15.0%를 앞으로 2년내에 처분해야 한다.
SK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SK증권 주식도 전량 처분된다. 현재 SK증권은 SK네트웍스가 22.43%, SKC가 12.26%를 갖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텔레콤 1.34%도 팔아야 한다. SK네트웍스와 SKC가 보유한 SK해운 각각 17.71%, 10.16%도 매각 대상이다. 워커힐호텔 지분도 관건이다. 워커힐호텔 지분은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40.69%의 지분을 증여받은 SK네트웍스가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이에 따라 워커힐호텔 지분 7.50%를 보유한 SKC는 보유지분을 2년 안에 팔아야한다.
지난달 25일 SK그룹이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와 엠파스간 합병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처럼 앞으로 2년간 ‘숨가쁘게’ 진행될 계열사들간 지분요건 해소를 위한 정지작업의 의미를 갖는다.
공정위는 현재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3단계 출자'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SK컴즈-엠파스 합병 지분 정리 첫 ‘신호탄’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3단계 출자 규정을 완화해 손자회사도 지분을 100% 보유할 경우 증손회사를 둘 수 있도록 했다”며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앞으로 본회의 통과 등을 거쳐 다음달 중순경 공포돼 10월 중순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하면 SK컴즈는 SK홀딩스-SK텔레콤으로 연결되는 손자회사가 된다. SK텔레콤은 SK컴즈 지분 85.90%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SK컴즈는 엠파스와 SK아이미디어 24.33%, 60.00%를 소유하고 있다. 완화된 '증손회사 규정'이 시행된다 해도 SK그룹이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SK컴즈가 두 계열사 지분을 팔지 않는 한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SK컴즈와 엠파스간 합병으로 두 문제 중 하나는 깔끔히 마무리된다. SK-SK텔레콤→SK컴즈→엠파스(24.33%) 구도에서 SK→SK텔레콤→합병법인(손자회사)의 구도로 바뀌는 것이다.
SK아이미디어 문제도 간단히 매듭지을 수 있다. SK아이미디어 지분 중 SK컴즈 60% 외의 나머지는 SKC&C가 전량 보유하고 있다. SK컴즈와 엠파스 합병법인이 이를 인수해 버리면 증손회사 지분 100%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