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의 STI MOBILE 대표
![](https://img.etoday.co.kr/pto_db/2016/03/600/20160322104103_839886_200_149.jpg)
퓨즈 나간 전구들이 즐비했다
하나 혹은 둘 셋 여섯 우르르
깨어진 전구들이 길 위에 점자로 서서
해진 살집을 안고 흰 뼈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지독한 냄새를 마지막 불씨인 양 훤히 치켜들고
지난날 봉화산 기슭에 피던 횃불처럼 손을 잡고 있다
퓨즈 나간 전구들이 붙박이 아우성으로 일어서고 있다
시대의 검은 봉투 속에 살던 노인이 점자를 읽고 있다
한 자 한 자
그때 물결무늬 바람은 소용돌이 치는 구릿한 냄새 속
햇살 전각된 노란 가오리떼만이 노인을 정답게 따르고
사람들은 오지 말아야 할 길을 온 것처럼 비껴 걷는다
퓨즈 나간 전구들이 붙박이 아우성으로 일어서는 아침
게양된 태극기 아래 곧게 선 노인과 은행나무 한 그루
나란히 가슴에 손을 얹고 떨어진 편종소리 다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