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관전포인트] 기관 ‘의결권 행사’ 사후공시 전환, 일반투자자들 ‘깜깜이 주총’ 속탄다

입력 2016-03-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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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 藥인가 毒인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공시가 헐거워지면서 기관의 의사 표명이 더욱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운영하는 의결권정보광장(VIP)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아직 주주총회가 열리지 않은 427개 회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자산운용사는 슈로더투자신탁운용 1곳이다. 슈로더는 22일 열리는 한국전력공사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미리 표명한 상태다.

나머지 400여개 회사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몇몇 기관이 찬성 의견을 표명했을 뿐 대부분 아직 기관 의견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3년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사전 공시 의무를 사후 공시로 전환했다. 국내 상장사 주총이 대개 3월 2~4주 금요일에 몰린 특성상 투자 중인 회사의 안건을 한꺼번에 분석하기 어려워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관의 의결권 공시를 매년 4월 30일까지만 하면 되도록 변경했다. 기존에 기관들은 의결권 행사 5일 이내로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년 3월 집합투자업자들이 의결권 행사 내용을 일일이 공시한다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관련 규정을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결권 행사 규정 완화가 오히려 주주권리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기관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공시가 늦어지면 이에 대해 적절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시기도 뒤로 밀리는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로서는 기관의 의견이 중요할 수 있는데 공시 지연으로 제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문위원은 “중소형 운용사는 메이저 운용사들이 어떻게 결정을 하는지 참고하는 예도 많은데 이들에게는 오히려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사후 공시로 돌릴 것이 아니라 상장사들의 주총 소집 공시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총 소집 공시가 최소 6주 전에 나온다”며 “국내 상법에서는 주총 2주 전까지만 공시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관과 투자자들이 의안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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