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박영희 오랜 침묵 깬 회고전 열린다

입력 2015-12-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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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조각가 박영희의 회고전 <휴머니즘과 생명현상> 전시가 12월 18일~23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학창시절부터 촉망받는 젊은 조각가였던 박영희가 오랜 침묵의 시간을 지나 다시금 펼쳐 보이는 작품 세계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팔순을 넘긴 삶의 정점에서 조각가로서, 또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삶을 정리하는 의미를 지닌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그녀가 남겨온 조각가로서의 업적과 작품세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희는 숙명여고와 홍익대학교에서 당대의 유명 여류조각가 김정숙과 조각가 김경승, 윤효중을 스승으로 두고 조각을 공부했다. 특히 홍대 시절에는 재학 4년간 많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인정받으며 전학년 장학생으로 졸업했을 만큼 동문 가운데 남녀를 통틀어 가장 촉망받은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박영희의 작품 세계는 크게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70년대까지 인체 모델링을 중심으로 한 전기와 결혼 후 이어진 침묵을 깨고 재등장한 이후의 한층 추상화된 형태의 후기 작업이다.

특히 박영희의 전기 작품세계는 여인의 육체라는 소재를 관념적이고 탐미적인 표현으로 풀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활달한 동세와 강인한 생명력을 그리며 관념을 벗어나 생생한 삶의 리얼리티를 담아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미술평론가 (故)이경성은 "내부세계로 치닫는 인간의 생명력이 유기적인 형태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인간상을 만들어 낸다"며 "그의 작품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깊은 휴머니즘에 있고, 그 휴머니즘은 모든 사람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형적으로 실현하는 데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작품은 추상적인 성향이 짙은 편이다. 입체적 공간과 한층 성숙해진 기교, 가식 없는 형태를 추구함으로써 절제된 자기감정의 승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

박영희의 홍익대학교 동문이자 무용평론가인 시인 (故)김영태는 10년 내지 15년간 이어져온 박영희의 '침묵의 시대'가 인내와 자기수련으로 극기하며 자기의 체질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영희의 예술적 개화는 특히 근작의 입체적 공간과 초기에 보이지 않던 성숙한 기교와 향기의 도달"이라며 감성의 열매를 수확으로 거둔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한편 미술계의 여러 인사들은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조각가 박영희의 재출발을 축하하며 큰 기대를 내비쳤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어떤 면에서 보면 그의 추상화 작업은 인체를 완전히 극복한 차원이기보다 인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 즉 휴머니즘의 상형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여성으로서 조각을 선택했다는 선각적인 자부심과 의욕이 그 독창적인 세계로의 전개를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또 "공간을 에워싸는 형상과 그 속에서 맺혀있는 둥근 구체의 형상을 통해 구현되는 박영희의 조형은 익어가는 열매를 내면에 품으면서 더욱 은밀하면서도 풋풋한 생명력으로 표상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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