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20] 매순간 혁신, 그러나 유연성은 잃지 않고

입력 2015-10-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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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원 요기요 대표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냉엄한 법칙이라는 믿음이 있다. 2012년 처음 서비스를 론칭한 요기요는 지금까지 항상 ‘매순간 혁신하는 기업’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처음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를 내놓았을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배달앱’은 ‘온라인 전단지’ 역할에 그치고 있었다. 앱을 열면 전단지 이미지가 스캔되어 모여 있지만, 정작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과 동일하게 앱에 달린 ‘통화버튼’을 눌러 음식점과 직접 통화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다. 야식을 먹고 싶은 밤에 집에 모아놓은 전단지가 치킨, 피자 음식점뿐이어서 아쉬움을 겪던 고객들은 ‘배달앱’을 통해 우리 동네에 배달 가능한 음식점을 언제든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단지는 결국 사전적 의미(선전하거나 광고하는 글이 적힌 종이)인 광고판에 그쳐, 어디가 맛집인지 알 수 없었던 소비자에게 ‘배달앱’은 소비자의 리뷰를 통해 맛집을 알려주는 훌륭한 가이드 역할도 했다. 하지만 정보 전달에 그쳐 혁신이라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인터넷 등장 이후 모든 오프라인의 거래들은 시차를 두고 조금씩 온라인으로 플랫폼을 확장해 나갔다. 15년 전 “옷은 매장에 가서 입어 보고 사야지, 누가 온라인으로 옷을 사?”라는 반응이 너무나 당연했던 의류업계도 온라인 의류 시장이 오프라인 의류 시장을 위협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근래에 와서는 오픈마켓에서 자동차 거래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래의 편리, 통합 포인트 활용, 결제 수단의 다양화 등 온라인 거래(e-커머스)에서만 가능한 고객 혁신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기요는 배달음식도 마찬가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거래되는 상품이 TV나 운동화가 아닌 ‘갓 조리된 음식’일 뿐이고, 배송기간이 1~2일이 아닌 30분 내외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e-커머스에서 익숙하게 거래되고 있는 상품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물론 ‘배달앱’을 e-커머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결제를 처리해야 하므로 기존의 통화연결 기능보다 정교한 제품을 개발해야 했고, 개별 메뉴가 장바구니에 담길 수 있어야 하므로 기존의 전단지 스캔 이미지가 아닌 모든 전단지 정보의 디지털 데이터베이스(DB)화가 필요했다. 접수된 주문을 음식점에 전달하기 위한 자동 주문 전송 기술도 있어야 했다. 기존의 ‘배달앱’보다 투자와 운영 비용이 훨씬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배달음식 주문과 거래의 장을 e-커머스로 옮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혁신들이 너무나 뚜렷이 존재했다. ‘배달앱’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었다.

이 같은 생각으로 ‘배달앱’을 기존의 ‘온라인 전단지’에서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로 새롭게 정의해 시장에 내놓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 주문’ 기능은 ‘배달앱’이라면 갖추어야 할 필수 기능이 되었다.

▲나제원 요기요 대표는 혁신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직원들을 기억하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은 뒤 사무실 한쪽 벽을 내어 붙여놓는다. 직원이 늘어날 때마다 넓어지는 사진은 마치 성장하는 요기요의 모습을 보는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 요기요

요기요가 자랑하는 ‘클린리뷰’ 기능 또한 마찬가지다. 2012년 중반만 하더라도 기존 ‘배달앱’의 리뷰는 주문 내역과 무관하게 아무나 남길 수 있는 오픈리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다.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광고 리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고,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경쟁 업체의 ‘비방 리뷰’로 인한 고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배달앱’ 입장에서는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리뷰를 없앨 수는 없었다.

기존의 ‘배달앱’보다 2년이나 늦게 론칭해야 했던 요기요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으로 ‘클린리뷰’를 구현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특정 음식점에서 배달음식을 주문 완료한 고객이 해당 음식점만, 주문당 1회의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권한을 제한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만 리뷰가 축적되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소비자가 구매에 참고할 수 있는 리뷰 수가 e-커머스 플랫폼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인 현실에서 경쟁업체와 동일한 속도로 리뷰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도 2년의 갭을 메우는 것이 요원한데, 그보다 느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무모한 판단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 ‘클린리뷰’를 도입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혁신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또한 요기요만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혁신이었다. e-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실구매 고객을 100% 확인 가능하지만, 전화주문 방식에서는 고객의 통화를 청취하거나 음식점주가 매번 배달앱 업체에 피드백하는 과정의 도입 없이는 실구매 고객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요기요는 국내 최초로 ‘클린리뷰’를 도입한 ‘배달앱’을 출시하였으며, 아직까지도 그 철학을 지키고 있다.

혁신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시장의 반응이 생각했던 방향과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제일 그렇다. 나는 다행히 이런 기회들을 통해 혁신만큼 중요한 유연성에 대해 배웠다.

요기요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설립된 회사다. 그리고 그 믿음에 수많은 고객들이 화답해준 덕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는 오랫동안 익숙한 배달음식 주문 방식이었던 ‘전화 주문’을 편하게 여기는 고객들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온라인 주문’에 더해 ‘전화 주문’ 서비스의 추가 도입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유명 배우 박신혜씨를 내세워 “누가 아직도 통화해요?”라는 광고로 유명세를 치른 처지여서 참 난감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잠깐의 비웃음을 피하고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외면하는 기업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배달음식 주문 방식의 최종 미래는 ‘온라인 주문’일 것이라는 점에 확신이 여전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수의 고객들이 서비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해결해야 했다.

이에 요기요는 2015년 6월 서비스 출시 3년 만에 그간의 광고 메시지를 뒤엎고 ‘전화주문’ 서비스를 도입했다. 다행히 2014년부터 같은 투자자를 맞이하게 된 배달통이 ‘전화주문’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출시하며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었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새롭게 도입한 ‘전화주문’ 서비스는 매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이 ‘온라인 주문’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혁신은 항상 어렵다. 그 자체도 어렵지만 추구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잃지 않는 것 또한 혁신의 필요 조건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다행히 사업을 하면서 항상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복이 있었다. 그리고 그분들 덕에 요기요, 배달통은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항상 혁신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치지 않는 혁신으로 그분들께, 그리고 시장에 보답하고자 한다.

<회사 소개>

2015년

3월 요기요 앱 1000만 다운로드 달성

8월 419억원 추가 투자 유치

2014년

4월 145억원 추가 투자 유치

5월 벤처기업 인증

12월 2014년 포춘 Best Companies 50 경영진 부문 우수상 수상

2013년

9월 40억원 추가 투자 유치

12월 구글플레이 2013년 베스트 앱 수상

2012년

3월 30억원 투자 유치

6월 요기요 웹 서비스 론칭

8월 요기요 모바일 앱 서비스 론칭, 40억원 추가 투자 유치

12월 애플 앱스토어 선정 ‘2012년을 빛낸 최고작’ 수상

2011년

11월 유한회사 알지피코리아 법인 설립

<나제원 대표 약력>

2015년 배달통 대표이사

2013년 요기요 대표이사

2012년 요기요 부사장

2011년 웨메이크프라이스 경영전략실장

2008년 슈거딜 대표이사

2008년 맥킨지앤컴퍼니 컨설턴트

2008년 서울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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