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IT산업에 대한 평가’ 보고서…투자 확대위한 제도적 여건 필요
IT산업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의 발굴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기업이 IT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연한 사회적ㆍ제도적 여건의 조성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1일 한국은행은 ‘주력성장산업으로서 IT산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진용 한은 조사국 산업지역팀 과장, 왕형근 총무국 과장, 박장호?황문우 조사국 산업지역팀 조사역 등 4명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90년대 이후 반도체ㆍ컴퓨터ㆍ통신기기 등 정보통신산업(이하 IT산업)은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주력성장산업으로 부상했으나 최근 들어 중국, 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력산업으로서 IT산업의 비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IT산업이 성장동력으로서 한계를 노정하고 있어 이를 보완해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의 발굴?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IT산업은 2005년중 명목GDP의 10.9%, 고용의 4.8%, 수출의 34.8%(200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1992~2005년 중 IT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비IT산업(3.9%)의 약 4배인 15.9%로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IT산업은 ▲부품소재산업 발달 미흡 등 구조적 취약성 ▲경제전반의 낮은 IT 활용도 ▲생산ㆍ고용ㆍ소득 창출원으로서의 역할 저하 ▲주력 IT제품의 경쟁력 약화 가능성 ▲생산과 고용의 불균형 심화 우려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따라서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 인프라 및 기술을 바탕으로 바이오, 나노 등 타 산업과 융합에 적극 노력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 및 블루오션(blue ocean)을 창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융합기술개발 촉진 및 기술상용화를 위해 국가차원의 융합기술 전문R&D센터 구축, 글로벌 표준화에 적극 참여 또는 선점해 관련 전문인력 육성 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우리나라의 융합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에서 IT 대기업이 융합기술에 투자할 경우 등에 한해 대기업 투자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융합기술에 대한 민간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는 IT 생산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반의 IT활용도가 선진국에 비해 낮아 이것이 서비스산업 등 여타 산업의 생산성 향상 부진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기업 및 산업적 측면에서 IT이용도 제고를 위해 IT와 밀접한 자동차 등 제조업 및 금융, 물류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IT이용을 촉진해 나가면서 여타 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도 IT 인프라 구축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기업 및 산업의 IT이용도가 촉진될 수 있는 정책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IT 활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기술지원, 각종 관련정보 제공, 네트워킹 구축 지원, 세제 및 금융지원 등의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근본적으로는 기업이 IT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연한 사회적ㆍ제도적 여건의 조성이 IT투자에 대한 직ㆍ간접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향후 IT산업은 IT 상품과 서비스가 결합되고 이것이 다양한 서비스(금융, 의료, 교육 등)와 연결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조업에 서비스 기능을 부가하는 등 ‘서비스-기기의 동반 성장전략’이 중요하다”며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우며 새로운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카테고리ㆍ컨셉트ㆍ디자인의 창출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공정한 경쟁체제 확립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소프트웨어의 대가 지불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우리나라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법적?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수확체증 및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시장의 경우 프로그램의 다양성 확보 등 지속적 경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업 차원에서도 IT융합기술 등 미래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과감한 투자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T산업의 경우 투자에 따른 위험은 있지만 기대수익이 높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성장엔진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없이는 기업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따라 기업은 향후 산업 및 기술 변화의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엔진을 발굴하고 선진기업과의 기술제휴, R&D투자 확대, 외국인투자 유치 등을 통해 이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무선통신 등 서비스분야의 경우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을 모색하라고 제언했다.
한은은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등 일부 IT분야의 경우 우리 시장이 초고속인터넷의 발달, 소비자의 활발한 반응 및 다양한 요구 등으로 글로벌 기업의 Test Market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국내 IT서비스업체들도 해외시장 진출시 성공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