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국제공조도 실패…바이러스 샘플 분석기관도 ‘오락가락’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정부가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기구들과의 공조에 늑장을 부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대응과 관련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브리핑을 열고 “국내 기관은 물론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병원(EMC)에 샘플을 보내 유전체 분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병원은 2012년 9월 중동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 이를 분석한 기관으로, 메르스 바이러스 특징을 분석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하는 등 메르스 연구와 관련한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명성을 알렸다.

처음 정부가 에라스무스병원에 샘플을 보내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으나, 복지부는 결국 애초의 방침을 바꿨다.

에라스무스병원은 3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과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체 시퀀스 분석을 하기로 했지만 바이러스 샘플이 한국을 떠났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고, 에라스무스병원 관계자도 “서울에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3일 오전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복지부 차원에서 바이러스 배양을 보내기로 처음 검토한 곳이 에라스무스였다”면서도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실제 가검물을 보낼 때 민간 연구소보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 정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서 CDC로 보내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라스무스를 배제한 것은 연구소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CDC가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당국이 바이러스 샘플을 보낼 기관을 민간으로 할지, 정부기관으로 할지를 고민하는 사이 국내에선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와 세계 최초 3차 감염자가 나왔다. 정부는 3일 오전까지 유전체 샘플을 해외 기관에 보내는 것이 어떤 부서 담당인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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