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설립된 지 10년이 넘고, 상장된 지 5년이 넘는 등 대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기업은 앞으로 증자나 회사채 발행을 위한 공모절차가 간소화된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상장 역사가 길고 일정 규모 인상인 기업들이 일정조건을 갖출 경우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시 공모절차를 대폭 완화해 주는 방안을 추진, 재경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가능한 조기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홍렬 금감원 부원장은 “현행 공모제도 하에서는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부과, 심사해 동일하게 효력이 발생토록 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잘 알려진 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불필요한 공시부담이 초래되는 결과가 발생돼 왔다”며 “잘 알려진 기업에 대한 공모절차 완화를 제도의 정착여부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2단계로 나눠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1단계로 현재 회사채나 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대해서만 허용되고 있는 일괄신고서를 ‘잘 알려진 기업’에 한해 주식발행시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이후 2단계로 자동일괄 신고서 제도를 도입해 2년에 1회씩 자동일괄신고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발행한도 제한 없이 증자 또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잘 알려진 기업에 해당되더라도 추후 공시위반 등으로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는 등 결격요건에 해당하면 즉시 공모절차 완화 인센티브를 정지토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마련한 '잘 알려진 기업'의 기준(안)은 ▲회사가 설립된 지 10년이 경과된 회사 ▲증권시장에 상장된 지 5년이 경과된 회사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회사채 공모실적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 ▲최근 3년간 정기보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한 회사 ▲최근 3년간 증권거래법령 또는 공시규정 위반으로 금감위 또는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는 회사 ▲최근 3년간 분식회계 또는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유죄가 선고되거나 소송진행중이 아닌 회사 등으로 상위 10%내외의 우량기업이 해당되도록 설정할 예정다.
금감원이 시장에 잘 알려지고 시가총액이 2000억원 이상인 대형기업을 추출해 본 결과 지난 10월말 현재 267개사로 나타났다. 전체 1681개 상장회사수로는 16%에 불과하나, 주식시가총액 기준으로는 90%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부원장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잘 알려진 기업의 경우 기동성 있는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도 투자판단을 위한 숙고기간이 짧아지게 돼 더욱 신중한 투자판단이 요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감독당국도 공시취약부문에 심사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돼 투자자 보호에 철저를 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러나 발행 공모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이를 대신해 사업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대한 공시심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