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S&P 한국사무소의 채정태 대표는 20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2007년 한국의 경제 성장속도는 2006년에 비해 다소 더딜 것"이라며 "한국의 GDP 성장률은 올해 4.9%, 내년 4.5%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이어 내년 인플레이션은 2.6∼2.7%대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한 반면 국내 소비의 침체와 부동산시장의 과도한 거품, 원화의 지속적 강세로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날로 커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에 언급,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과 민간 분야 간여 등의 측면에서 일부 진전을 보였으나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이들 분야가 추가로 개선되면 한국 경제의 유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최대의 부정적 요인이라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 핵 봉쇄와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6자 회담 등의 과정에서 양측이 주변부만 맴돌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진척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자본.외환 시장이 2006년 북한 핵실험이라는 큰 사건에도 상당히 차분하게 반응했다"면서 "내년에도 심각한 대립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경제나 시장이 북한 핵문제와를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큰 동요는 나타나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증시 전망에 언급, 올해 부진한 흐름을 보인 코스피지수가 내년에는 안팎의 불확실성에도 불구, 20% 이상 상승해 1770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달 시기는 하반기로 예상했다.
S&P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의 목표지수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 증시의 현재 주가이익비율(PER)이 12.5배에 머물러 있는 반면 내년에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과거 중간값인 15.1배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을 이런 전망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전반적으로 양호해 보이는 미국, 중국 등의 경제 상황 또한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안정적인 GDP 성장을 고려할 때 미국 시장의 둔화가 한국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또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도 국내 주식 시장에는 좋은 뉴스"라며 "다만 외부 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이어 한국의 기업 분야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인 원화 강세 등 외부 요인이 수출업체의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또 내부적으로는 국내 소비 침체가 계속해서 기업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