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주식매각으로 이른바 '먹튀'논란을 일으켰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1000억원대 조세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21일 론스타 펀드의 자회사인 LSF-KEB홀딩스가 "양도소득세 3876억원을 돌려달라"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경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론스타는 1772억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 LSF-KEB를 통해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2007년 6월 외환은행 주식의 13.6%를 1조1920억원에 매각한 론스타는 2012년 나머지 지분도 3조9156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한 뒤 국내에서 철수했다.
남대문세무서는 주식매각대금에 대해 양도소득세 10%를 원천징수했지만, 론스타는 LSF-KEB가 벨기에 법인이고, 매각 대금은 미국 본사로 가기 때문에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LSF-KEB는 조세회피를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일 뿐이어서 매각 이익은 40여개 투자자로 구성된 론스타 유에스에 돌아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론스타 유에스 구성원 중 미국 국적의 최종투자자에게 돌아간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과세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미 조세조약 16조에서는 자산의 매각이나 처분으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상대방 국가의 과세를 면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버뮤다 국적의 최종투자자 일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버뮤다 간에는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원천징수가 정당하다고 보고, 3876억원 가운데 2104억원 가량은 납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론스타로부터 주식을 매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납부했던 법인세 43억원 가운데 19억7000만원도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6월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1190억원대 소득세 소송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