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시인 정찬열의 '특별한 방북기'

입력 2014-11-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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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간 북한 둘러보며 일상 기록… "다음에는 북녘 땅 도보 종단하고파"

"재외동포에게 북한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하더군요. 다음에는 백두산에서 판문점까지 걸어가고 싶어요. 한반도 종주라는 꿈을 이루고 싶거든요."

재미동포 시인인 정찬열(66ㆍ사진)씨는 최근 진지하고도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남한 출신의 동포 문인으로는 드물게 오랜 시간을 북한에 머물며 일상을 관찰하며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미국에 이민한 지 올해로 만 30년째인 정씨는 여러 번 북한 방문을 시도한 끝에 최근에야 허가를 받아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어렵게 이뤄진 방문 동안에는 안내원과 차량의 도움을 받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역을 둘러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남자 안내원이 줄곧 따라다니니 '감시'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말 그대로 안내를 받는다는 느낌이 오히려 컸다는 게 정씨의 얘기다.

그가 지난달 4일부터 25일까지 북녘에 머물며 둘러본 곳은 평양, 개성, 사리원, 원산, 통천, 흥남 등 무려 10여 개 도시가 넘는다. 거리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가까이서 그들의 생활을 대면하기도 했다.

한창 벼를 베는 농촌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도우며 술로 하루 뒤풀이를 함께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한글학교 교장을 지낸 그는 북녘의 학교를 찾아서는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 남한, 북한, 통일을 떠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재미동포인 그가 북한을 찾은 이유는 '한반도 종주'라는 꿈과 맞닿아 있다. 그런 꿈을 품고서 남녘에서는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디뎌오기도 했다.

2009년 해남 땅끌마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국토 종단을 완수했고, 2011년에는 고성에서 서해 연평도로 이어지는 국토 횡단을 마친 바 있다.

이번에 북녘 땅을 걸으며 한반도 종주라는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아직은 미완성으로 남게 됐다.

정씨는 북측에 도보로 종단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으나, 북측은 걷는 대신 여러 도시를 볼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역제안을 내놨다고 한다.

"남한 출신의 동포 작가가 이렇게 오랫동안 북한에 머물며 돌아다니기는 처음인 것 같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물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을 수도 있지요. 개인적으로나 재미동포 문인으로서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그는 가족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로 돌아가면 북한 방문 동안 적어둔 이야기들을 모아 현지 한인 매체에 연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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