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출장소 전환’ 가속화… 기업금융 제외 시 인력 50% 급감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은행권에서 올해 2000여 명이 짐을 쌌다. 실적은 사상 최대를 찍었지만 디지털 전환과 점포 효율화 흐름 속에 인력 감축은 계속되고 있다. 그 여파로 희망퇴직 기준이 만 40세까지 내려오며 퇴직 연령대도 빠르게 낮아지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는 올 초에만 이미 1880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647명, 신한은행 541명, 우리은행 429명, 하나은행 263명(상·하반기 합산)이다. 지난달 NH농협은행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데 이어 연말과 내년 초 주요 은행의 퇴직 일정이 마무리되면 올해 전체 퇴직 규모는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2024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총 1987명이었다. 올해는 연초에 이미 작년 전체 수준에 육박하는 인원이 퇴직한 데다, 현재 진행 중인 추가 감원 규모를 포함할 경우 작년 기록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감원 기조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올 3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8조82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효율화가 추진되며 인력 감축 기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퇴직 대상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15일부터 1985년생(만 40세)까지 대상을 확대해 희망퇴직을 접수 중이며, 농협은행도 지난달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이달 29~30일경 공고를 낼 예정이며 하나은행 역시 내년 1월 중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퇴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은행권은 지점 폐쇄와 함께 영업점을 소규모 출장소로 전환하며 인력을 줄이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5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3759곳으로 1년 전보다 161곳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 역시 1077명 줄어든 7만1548명으로 집계됐다.
영업점이 출장소로 전환되면 기업 금융 업무가 제외돼 상주 인원이 10명 내외에서 5~6명 수준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점포 형태 변경만으로 실질적인 인력 감축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영업점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실적과 관계 없이 인력 구조조정 규모는 유지되거나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 효율화 작업은 향후에도 지속될 흐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