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버블론’ 공포 아닌 기회 삼을 때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숨 가쁘게 달려온 2025년, 글로벌 자본시장과 산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생성형 AI(인공지능)’였다. 챗GPT가 쏘아 올린 공은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AI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문턱, 우리는 뼈아픈 질문 하나와 마주한다. “이것은 AI 버블인가?”

월가 일각 회의론은 나름 꽤 구체적이다. 골드만삭스 등은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 대비 수익화 모델이 불투명하다”고 꼬집는다.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에 수백조 원을 붓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지갑을 크게 열게 할 ‘킬러 BM(Business Model)’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리서치 전문기관 가트너가 말하는 ‘환멸의 계곡’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적으로 입증 … 닷컴버블 때와 달라

이 공포감 속에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버블이냐 아니냐’보다, 설사 버블이라 해도 ‘지금이 터질 때인가’를 냉정히 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시장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터질 시점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붕괴를 촉발할 명확한 ‘트리거’가 아직 없다는 뜻이다.

과거 닷컴 버블과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3분기에 시장 예측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AI가 돈이 된다는 것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들로부터 도입한 인프라와 솔루션을 통해 ‘AI 전환(AX)’을 이루며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낸다. 여기에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들도 단순한 도구를 넘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AI 도입 및 전환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가파르게 실적화되고 있다. 즉, 막연한 기대가 아닌 숫자가 찍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심지어 ‘환멸’을 가져올 유의미한 실패 또한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버블 붕괴의 트리거는 다음 단계인 ‘피지컬 AI’에서 당겨질 수 있다. 가상 공간의 AI가 물리적 세상으로 나와 돈을 벌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 첫 번째 도전은 고도 자율주행차와 로보택시의 보급이고, 궁극적으로는 첨단 전동화 휴머노이드가 우리 가정과 산업 현장에 들어오는 것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엔비디아나 테슬라 같은 기업이 ‘피지컬 AI’로 ‘유의미한 실적 폭발’을 입증해 내야 한다. 이미, 엔비디아도 AI데이터센터(AIDC) 이외의 전문가용 시각화 부문과 자동차·첨단 로봇 부문에서 각각 분기 실적 7억6000만 달러와 5억9000만 달러로 실체화하고 있지만, 만약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이후 수익이 더욱 규모있게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AI 버블’은 실체적인 공포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범용인공지능(AGI)으로 가는 관문인 ‘피지컬 월드모델’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성장은 멈추기 때문이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리트머스는 결국 ‘첨단 전동화 휴머노이드’가 될 것이기에 아직 환멸의 계곡 입구조차 도달하지 못했다.

‘실용적 혁신’ 추구해 생태계 다져야

한국 경제에 AI 버블론은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는 반도체(HBM)라는 무기가 있지만, 생태계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 빅테크에 쏠려 있다. 거품이 빠질 때 타격을 입는 건 기술적 해자가 없는 주변부 기업들이다. 단순히 ‘곡괭이’를 파는 데 만족하거나, 맹목적으로 해외 모델을 좇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제 차분해져야 한다. 12월의 끝자락, 공포에 위축되지 않고 알맹이를 채우는 ‘실용적 혁신’이 필요하다. 내년부터는 AI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해가 아니라, 우리가 AI에게 명확한 ‘답’을 요구하고 증명해 내는 첫 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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