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이슈크래커]

백신도 면역도 뚫고 다시 찾아온 독감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신태현 기자 holjjak@)


‘독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다시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요. 재감염자까지 나오며 인플루엔자(독감)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현재 유행 중인 A형 독감은 학령기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올해 독감 환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시기의 14배에 이르고 있죠. 유행 시기 또한 예년보다 두 달이나 앞당겨지면서 방역당국은 “올겨울 독감은 이르면 12월, 늦으면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이번 독감 유행이 왜 이렇게 길고 강한지, 재감염은 실제 가능한지, 백신은 여전히 필요한지, 수액 치료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 궁금증을 짚어봤습니다.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게티이미지뱅크)


10년 만의 ‘역대급’ 독감 확산…학령기 중심 폭증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의원급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10월 둘째 주 7.9명에서 11월 셋째 주 70.9명으로 5주 연속 급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4.8명)와 비교해 14.7배 증가한 수치로, 최근 10년 중 동일 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초·중·고교생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요. 등교·학원·체육활동 등 밀집 환경이 많은 연령층에서 감염이 확산되면 집안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가족 단위 환자 증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병원급 입원 환자 역시 계속 증가세를 보이며 코로나19 감소 추세와 대비되는 상황이죠.

당국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12월과 1월에 한 차례, 3~4월에 한 차례 유행이 재발하는 ‘이중 파동(더블 피크·Double Peak)’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입니다.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연합뉴스)


독감 재감염, 현실이 되다

독감 환자가 급증하자 “한 번 앓은 뒤에도 다시 감염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결론은 가능합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단일 종류가 아니라 H와 N조합에 따라 수십 개의 아형(subtype)이 존재하고 같은 H3N2 안에서도 다시 J계통, K계통처럼 유전적 계통이 갈라지는데요. 즉 A형을 한 번 앓았다고 해서 모든 A형에 면역이 생기는 구조가 아닙니다.

실제로 올해는 고교생·중학생 사이에서 2주 간격 A형 재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데요. 주간동아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2주 간격으로 A형 독감에 두 번 감염된 고등학생 사례가 확인됐죠.

재감염 가능성은 A형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시즌 안에 A형을 먼저 앓고 이후 B형에 걸리는 경우도 빈번하죠. 올해 3~4월이 되면 B형 독감이 다시 한번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A형을 겪었다고 해서 겨울 독감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연합뉴스)


백신 표적과 다른 바이러스 등장

올겨울 독감이 유난히 빠르고 강한 이유로는 A형 H3N2의 새로운 변이인 ‘K(subclade K)’가 지목됩니다. 질병청의 11월 첫째 주 분석에 따르면 K 변이 점유율은 국내에서 97%를 넘어 사실상 독감 유행을 지배하고 있죠.

문제는 백신의 표적이 이 변이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WHO는 매년 2월 해당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가장 큰 바이러스를 예측하는데, 그 시점엔 K 변이가 존재하지 않았죠. WHO는 당시 우세하던 H3N2의 J 계통을 표적으로 삼았고 국내 백신 역시 이에 맞춰 제작됐습니다.

그러나 K 변이는 5월 말부터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 북반구 전역으로 확산되며 기존 예측을 무너뜨렸는데요.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K 변이는 백신 표적 바이러스와 유전적 거리가 있어 항원 불일치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경고했죠.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연합뉴스)


백신은 여전히 필요하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 예방 효과가 40~60%에 그친다는 점, 백신 표적과 K 변이가 다르다는 점 등이 알려지며 백신 접종에 대한 혼란이 커졌는데요. 그럼에도 전문가들의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맞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독감백신의 가장 큰 목적은 감염 자체를 100% 막는 것이 아니라, 중증 폐렴·입원·사망을 줄이는 데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중증 예방 효과가 60~70%, 고령자의 사망 예방 효과가 80% 정도까지 유지된다고 설명했죠.

사실 감염 예방 효과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유행 패턴’입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겨울 시작인 12~1월 A형이 1차 유행을 만들고, 3~4월에 B형 독감이 다시 크게 번지는데요. 즉 지금 A형을 겪었다 하더라도 봄철에 또 다른 유형의 독감에 걸릴 수 있습니다.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게티이미지뱅크)


수액과 경구약, 치료제 혼란

독감 환자가 증가하면서 병·의원에서는 독감 검사와 함께 정맥주사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안내하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독감 치료에 사용되는 약은 모두 항바이러스제로, 복제 단계의 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 증가를 막는 방식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타미플루는 경구 약제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비용 부담이 적고 다수의 임상 근거가 축적돼 1차 권고약으로 사용되죠. 페라미플루는 한 번의 정맥주사로 투여가 끝나는 편의성 때문에 선호되지만, 기전 자체는 타미플루와 동일합니다.

발병 초기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효능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선택되기도 하지만 비급여 항목이라 비용 부담이 크고 1차 치료제로 권고되지는 않는데요. 다만 경구약을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 구토·탈수 증상이 심한 고령환자 등에 선호되죠.


▲독감 환자 폭증…재감염·백신·치료제 총정리 (신태현 기자 holjjak@)


비급여 확대로 ‘진료비 부담’ 커져

독감 유행이 길어지면서 진료비 부담 역시 커졌는데요.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독감 관련 비급여 주사치료제 진료비는 213%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타미플루 등 급여 약제 진료비는 감소해 독감 진료의 중심이 점차 비급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죠.

백신 또한 비급여 항목이라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데요. 3가 백신과 4가 백신, 국산과 수입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나고 올해는 특히 저렴한 1만 원대 접종 정보를 찾아 ‘백신 원정’을 떠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급여인 독감 검사와 주사치료제(수액)는 다만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검사와 치료라면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데요. 단순 우려로 시행한 독감 검사는 청구할 수 없으며 의사 소견서·진료비 세부내역서·영수증이 필요합니다. 응급실·중환자실에서 독감이 의심돼 검사를 받은 경우에는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죠.

올해 유행의 키워드는 ‘빠름’과 ‘다양성’입니다. 예상보다 빨리 등장한 K 변이, 서로 다른 아형의 연속적 유행, 치료제 선택 논란까지 여느 해보다 변수가 많다. 재감염 가능성도 그 연장선에 있죠. 하지만 변덕스러운 유행 속에서도 가장 확실한 대응 전략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요. 백신, 손 씻기, 마스크, 적절한 치료.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질 때 독감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감염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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