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의 불안·불만은 더 증폭돼
폐허서 나라 일군 자부심 어디갔나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70세 이상 인구가 881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전체의 약 17.0%이다. 30세 미만 인구는 1413만 명으로 전체의 약 27.3%이다. 30세 미만 인구가 70세 이상보다 10%포인트 정도 많은 셈이다.
70세 이상이면 1955년 이전에 태어난 세대이고 30세 미만이면 1996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이다. 이 두 세대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함께 살고 있지만 40년의 간격을 두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1955년은 전쟁의 재해가 아직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다. 그해 3월에야 육군본부가 대구에서 서울로 이전하였으며 4월에는 빨치산 토벌의 종료와 함께 지리산 입산이 허용되었다.
빨치산은 여순반란사건 이후 지리산에 숨어들어 7년간이나 활동하였다. 반란 사건을 지금은 마치 무슨 독립운동이나 되는 것처럼 선전하는 인사들이 존재하지만, 빨치산은 지리산 인근 주민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안긴 무장 집단이었다. 1955년 11월에는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이 이루어졌다. 지금 같으면 반란이었다.
6·25 전쟁 이후 유엔과 미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원조가 이루어졌다. 1955년 5월부터 미국 공법 480호(PL480)에 따른 잉여농산물 원조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미국에는 농산물이 넘쳐나고 한국을 포함한 후진국은 굶주리고 있으니 원조를 통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같은 해 7월부터는 미국의 국제협력처(ICA: International Cooperation Administration)를 통한 대규모 원조가 우리나라에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1961년까지 총 15억3560만 달러의 원조가 이루어졌으며 1956년 한 해에만 국내총생산(GDP)의 23.6%인 3억3000만 달러가 제공되었다.
대한민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한 것도 1955년이다. 전쟁 재해의 복구와 경제 부흥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지만 다분히 외국 원조를 원활히 획득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가입 이후 IMF는 한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 투수로 나서서 큰 도움을 주었다. 소위 ‘IMF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1997년 말의 위기는 내년이면 30세가 되는 세대가 태어난 바로 다음 해에 발생하였다. 나라의 곳간이 그토록 비워지도록 경제를 운용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저력을 확인한 사건이기도 하다.
1955년 우리의 1인당 GDP는 미화로 65.1달러였으며 1996년에는 1만3859.3달러였다. 40년 사이 명목가치로 물경 212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 경제가 이미 중진국에 들어서 있었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경제성장의 속도는 빠르게 하락하고 있었다. 이자율 결정이 시장에 맡겨지고 국제 거래가 자유로워졌다.
대학 정원이 크게 증가하여 한때는 80% 가까운 고교 졸업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현재 서로 다르게 경험하고 있는 것을 40년 동안에 모두 경험하였다.
국수를 불려 나눠 먹던 시대로부터 미디어에서 고급 요리 프로그램이 일상이 된 시대로 이행하였다. 유수한 해외 경연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우승하는 것이 이제 다반사가 되었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들의 활동 또한 괄목할 만하다.
한국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칸 영화제에서의 여러 부문 수상은 이제 사소해 보일 정도가 되었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의 감동이 엊그제 같은데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이미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경제발전은 소득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1955년의 대한민국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때 태어난 세대만이 조용히 늙어가고 있을 뿐이다. 노인 빈곤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만큼 나라를 일구었다는 자부심이 그들에게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1인당 소득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1955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회가 넓게 열려 있음에도 청년세대의 불안과 불만은 과거보다 못하지 않은 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가? 무엇을 위해 지금보다 나은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병오년 새해, 만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