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사)중국경영연구소장
美는 자국으로 불똥확산 원치않아
국익중심 냉혹한 국제정치 보여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가능’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심화되며 동북아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 수산물 수입중단 및 자국민의 일본 방문자제 촉구, 일본 애니메이션 개봉 연기 등 경제보복 수위를 높여 가는 모양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 발언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며, ‘달라이라마 효과’를 단계별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달라이라마 효과는 중국이 반대하는 결정을 한 국가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 보복조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제3국의 지도자가 티베트 독립의 상징인 달라이라마를 만나거나 그의 입국을 허락했을 때, 중국이 해당 국가에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특정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행위에 대한 대응으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형태의 보복조치를 의미한다.
이번 중·일 갈등은 자칫 잘못하면 2012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보다 더 깊은 소용돌이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통일 이슈인 대만 문제는 중국에서 영토안정보다 더 중요한 “국가 핵심이익 중 핵심”, “중국영토의 불가분의 일부” 라고 언급할 정도로 중국의 가장 높은 단계의 국가 핵심이익이다.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표현처럼 대만 문제는 중국의 국제관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 레드라인이다.
따라서, 군사력을 동원한 하드파워를 투사함과 동시에 정치·외교·경제·사회 등의 다양한 국력 요소, 수단을 총동원하는 총력전략(total strategy)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압박에도 다카이치 총리는 65%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반으로 대만 발언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에 의하면 중·일 갈등 이후에도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지율이 달라이라마 효과가 본격화될 경우 언제든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엔화약세와 물가상승, 재정악화의 구조적 문제 속에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충돌이 길어지면 결국 민심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관광국에 의하면, 올해 1~9월 중국인 관광객이 74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중국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돈이 약 1조6443억 엔(약 16조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수입중단, 위생검역 강화, 희토류 압박, 불매운동 등이 본격화되면 지지율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한 태도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옹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일 갈등을 보는 미국의 속내는 어떨까? 중·일 갈등이 본격화되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일 동맹과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 공약은 확고하며 대만 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통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일본 편에 서서 중국에 대응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이다. 이는 1951년 9월 체결한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른 원론적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 메시지로 자주 활용하는 문구로 중국이 이에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미국은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는 속내로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일 갈등이 다시 미·중 갈등으로 확산되길 원치 않는다. 힘들게 미·중 관세전쟁을 유예시킨 상황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미국 내 상황이 녹녹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일 갈등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중국보다 우리 동맹국들이 무역에서 우리를 더 이용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아가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우리 동맹국들도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고 답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정치의 명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중·일 갈등에 우리가 나설 필요가 없다. 중·일 갈등의 상황변화를 세심히 살펴보면서 냉철하게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