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북은 체제안정·경제지원 수용할 듯
韓 ‘동북아 협력의 場’ 추진 나서야

지난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끝내 거부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2019년 하노이 회담이 무산된 경험이 큰 부담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성과가 확실치 않은 회동으로 위신이 손상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최근 강화된 북·중·러 연대가 외교적 밀착을 굳건히 하고 있어 굳이 미국과 성급히 회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나 대북 제재 완화, 한미 군사훈련 중단 같은 조치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회동은 실질적 성과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북·미 정상회동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북·미 회동 또한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APEC 미·중 정상회담에서 2026년 4월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미국산 농산물 구매 재개 등 경제·통상 문제 해결과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 중국 방문에 합의한 바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하여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회동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상징적 이벤트를 넘어 평화주의자로서의 입지를 확대하려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미 정상회담(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자신이 평화 중재자로서 역할을 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개인적 신뢰와 상징적 이벤트를 중시해 왔다. 이는 결국 정치적 레버리지이자 상징적 외교자산이란 점에서 향후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셋째,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북·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제재 완화와 제한적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며, 중국의 동북아 전략적 입지도 흔들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북한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중국과의 관계 약화를 의미할 수 있기에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는 보인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을 중국 견제의 도구만이 아닌, 북한 체제의 안정과 경제적 필요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실질적 관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정책적 방향을 어떻게 가져야 할까? 무엇보다도 먼저 미국을 추동할 수 있는 외교에 진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이미지 제고와 연결시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로 포장, 관심을 극대화하는 한편, 미국의 대북 관계 개선이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임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국제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 조정 등을 통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하는 동시에 “함께 역사적 장면을 만들자”는 접근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다음으로 중국을 추동,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동북3성 개발 등 국경 안정과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평화 보증인으로서의 중국을 인정받게 할 수 있다는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 북·미 회동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북한이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