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벽배송’ 논란, 소비자 의견이 우선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10월 말께 아내가 “쿠팡의 로켓배송이 없어져?”라고 물으며, 지금 맘카페에서 새벽배송이 없어진다는 뉴스가 올라와 주부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고 했다. 필자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가 갑작스레 중단된다는 게 좀 황당하다는 판단에 “현실성이 없을 것 같다”라고 대답한 뒤, 사안의 경위를 확인해보았다. 발단은 지난 10월 22일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 회의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야간배송 금지 제안으로 확인된다. 해당 제안이 28일부터 언론에 의해 보도되며 국민적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유통·택배업체 간 대리전 ‘양상’

해당 제안이 거론된 ‘택배 사회적대화 기구’는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기구로 여당 위원들을 비롯하여, 국토교통부, 택배업계, 노동조합·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이 참석한 회의에서 새벽배송 금지라는 민감한 안건이 나오다 보니 파급력은 더 커진 듯하다. 논란 이후 소비자단체, 쿠팡노조 소상공인연합회, 이커머스업계 심지어 한국노총까지 반대하며 새벽배송 금지 제안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택배노조 제안에 대해 새벽배송 전면금지안이 아니라 긴급 새벽배송 유지라고 항변하지만, 주요 이해 당사자가 참석하지 않은 회의 방식과 함께 특정 시간(밤 12시~새벽 5시) 배송 전면 금지라는 내용은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 건강권 보장이라는 택배노조 제안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새벽배송 문제에 가장 밀접한 쿠팡노조가 불참한 회의에서 나온 제안이라 여러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번 새벽배송 금지 논란은 유통산업 측면에서 살펴볼 만하다. 국내 유통시장은 과거 대형마트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에서 쿠팡, 네이버쇼핑의 온라인 유통으로 변화했다. 온라인 유통으로의 전환에는 유통산업과 물류산업의 공동 혁신과 성과들이 담겨있다. 오프라인 유통 시절, 물류산업은 개인·개인, 기업·기업 간 제한적 택배 업무를 담당했으나, 온라인 유통 시대에 들어서며 이커머스 상품 배송 물동량 비중이 점차 늘어, 산업의 주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 유통 성장에 힘입어 국내 택배 시장 물동량은 2019년 27억8000만 건에서 2024년에는 59억6000만 건으로 두 배 넘게 성장하였다.

2010년대 온라인 쇼핑 환경은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후 상품을 받기까지 2~3일 정도가 걸렸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2020년 팬데믹을 거치며 새벽·당일배송은 어느새 국민 생활의 필수 인프라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쿠팡은 국내 1위 유통기업의 위치를 점하며, 유통산업의 지형이 크게 변화하였다. 주목할 점은 쿠팡은 배송서비스를 직영으로 직접 운영한다는 점이다. 택배를 업으로 하는 물류기업에서 쿠팡의 성장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국내 1위 택배물류기업 CJ대한통운은 2015년 매출 5조 원에서 5년 후인 2020년 10조 원으로 약 2배 성장을 이뤘지만, 2024년 매출액 12조 원으로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쿠팡에 대응하기 위한 택배 물류기업들은 네이버쇼핑 등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손을 잡고 새벽배송과 주말 배송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제 유통시장 발전이 유통기업을 넘어 택배기업까지 영향을 주는 복잡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새백배송 금지 논란이 유통업체와 물류 택배기업 간 대리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쿠팡노조 등 관계자 의견수렴 절실

새벽 배송은 국민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서비스다. 우리가 당연시하며 누리는 편리함이라는 수면 아래에는 늦은 시간 많은 물류 및 택배 노동자들의 수고가 뒷받침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새벽배송 금지 제안의 취지에는 공감대 형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특히 새벽배송을 대표하는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자 사고 문제는 꾸준히 접하고 있으며, 이번 제안의 발단 또한 2024년 5월에 숨진 로켓배송 택배기사 고 정슬기 씨의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다만, 야간 근무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야간시간 업무 금지가 아니라 택배 노동자의 1일 노동시간 관리가 핵심이다. 더불어 반복되는 물류센터 내 노동환경 관련 사고에 대해 정부의 사각지대 없는 관리와 사고 책임에 대한 엄격한 법제도 운영이 필요할 것이다.

새벽배송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그 사안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최근의 국민적 관심이 정치적 이슈 혹은 경쟁·협력 산업 간의 알력 다툼으로 변질되지 않고, 모두가 안전한 가운데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사안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쿠팡노조와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 그리고 나아가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회의체를 통해 전방위적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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