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여러모로 복잡하고 성가신 이웃‘들’입니다. 근거리 이웃이 겨우 둘 뿐이지만 바람 잘 날 없죠. 서로를 향한 뾰족함을 숨기지 않고 폭탄을 주고받는 중인데요. 갑자기 ‘파이팅 라운드’에 돌입한 이들을 어찌 바라봐야 할지 당황스럽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단순한 외교적 충돌을 넘어 경제, 여행, 문화까지 전방위로 번지고 있습니다. 긴장이 치솟는 그사이 한국이 있죠.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동시에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맞이하는 묘한 위치인데요. 우리는 고래 싸움 속 ‘새우’일까요? 아니면 애씀 없이 운을 받는 ‘어부’일까요?

중일 갈등의 불씨는 다카이치 총리가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대만 해협을 둘러싼 긴급 상황을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켜졌습니다. 그는 “해상 봉쇄 상황에서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근거로 대만 사태에 개입할 여지를 언급했는데요. 곧장 중국은 이를 ‘대만 문제에 대한 노골적 도발’로 규정했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일본이 개입하면 중국은 정면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날렸습니다. 중국도 참지 않았죠. 중국 외교부도 비판 수위를 높이며 긴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는데요.

정치적 갈등은 곧바로 여행 업계와 항공 노선으로 불길이 번졌습니다. 중국 문화관광부가 14일부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며 사실상의 ‘한일령’ 수준 조치를 시행하자, 중국 여행사들은 일본 단체 관광을 대거 취소한 건데요. 상하이와 베이징의 주요 여행사들은 “단체 관광 취소율이 60%를 넘었다”고 전했고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권에 대한 무료 취소를 지원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5~17일 사흘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 취소가 49만1000건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는데요. 일본은 관광수입의 핵심축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올해 기준 전체 방문객 중 25%를 차지합니다. 소비 규모도 1~9월 누적 1조6443억 엔에 달하는 만큼 타격은 피하기 어려운데요. 일본 민간 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중국 관광이 급감할 경우 일본 GDP가 0.36% 감소하고 연간 손실액은 2조2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죠.
이 지점에서 한국은 첫 번째 ‘어부지리’ 신호가 왔습니다. 급감한 일본 여행 수요가 향한 곳이 바로 한국이거든요.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에 따르면 지난 주말 중국인의 인기 해외 여행지 1위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죠. 항공권 결제량과 검색량에서도 서울이 압도적이었는데요. 일본행 단체 관광 취소율이 60%를 넘자 여행객들은 가장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접근성이 좋은 대안지로 한국을 선택한 겁니다.
문화계의 불똥은 더 빠르게 튀었는데요. 중국에서는 일본 남성 아이돌 그룹 JO1의 광저우 팬미팅이 ‘불가항력적 사유’로 전격 취소됐죠. JO1은 CJ ENM과 요시모토흥업의 합작사 소속으로 중국에서 팬층이 두터운 팀인데요. 행사 주관사인 QQ뮤직은 28일 예정된 행사를 중단하며 VIP 멤버 이벤트도 모두 취소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일본 콘텐츠에 대한 상영 제한 조치도 잇달았는데요. ‘짱구는 못 말려’ 신작 극장판과 ‘일하는 세포’ 등 중국 개봉 예정이던 작품들이 잠정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시 중국 내에서는 개봉 사흘 만에 사실상 상영 중단에 준하는 상황을 맞닥뜨렸죠.

여기서 ‘한국 새우’의 등이 터졌습니다. 한국 걸그룹 에스파가 올해 연말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 멤버 닝닝의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닝닝은 2022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자폭탄 ‘버섯구름’과 유사한 조명 사진을 게시해 논란을 겪은 바 있는데 이번 중일 갈등 국면에서 당시 논란이 재소환된 거죠. “역사적 비극을 가볍게 다뤘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해당 청원에는 7만 명이 넘는 일본 네티즌이 동의했습니다.
중국의 발언은 외교 영역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만들었죠.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전시관 확대에 대해 “일본의 악성 언행이 주변국의 불만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는데요. 직접 독도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으로선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메시지로도 읽혔죠. 하지만 이는 한국을 돕기 위한 발언이라고 보기엔 어려운데요. 일본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전략적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괜한 한국이 언급된 거죠.
중일 갈등은 금융시장에도 파고들었습니다. 19일 시장 상황이 그 불안함을 보여줬죠. 아시아 주요 증시는 갈등 요인과 미국 기술주 조정이 겹치며 등락이 엇갈렸는데요.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4% 하락한 4만8537.70에 마감했죠. 거기다 오후 들어서는 돌발 악재가 등장했는데요. 중국이 일본 정부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수산 관련주가 급락했고 일본 증시는 다시 하방 압력을 받았습니다.
중국 본토도 반응했는데요. 상하이종합지수는 0.18% 상승한 3946.74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는 ‘정부 정책 기대감’이 수산물 관련주 중심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죠. 반면 홍콩 항셍지수(–0.38%)와 대만 자취안 지수(–0.66%)는 미국 기술주 부진 여파로 약세를 보였는데요.
한국 시장은 반도체주가 급락했지만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 조치가 알려지자 여행·항공·화장품주에 강력한 매수세가 몰렸는데요. 참좋은여행(+10.11%), 제주항공(+4.33%), 아모레퍼시픽(+3.32%) 등 소비주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한국이 단기적 반사수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국, 한국에 닿는 영향은 단순하게 정리되기 어려운데요. 일본행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포착되지만, 문화 분야에서는 에스파 사례처럼 중일 대립의 불씨가 예기치 않게 번질 여지도 있죠. 중국의 ‘독도’ 관련 발언처럼 양국 간 긴장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한국 주변을 스치고 지나가는 장면도 이어지는데요. 상황은 계속 움직이고 변수는 더 늘어나는 지금, 새우와 어부지리 그 어딘가 한국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