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자 끌고 가듯 쇠사슬 구금…美조지아 사태는 트럼프 정치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5일(현지시간) 제공한 영상에서 전날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있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직원들이 체포돼 다리에 족쇄를 채우는 것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서배너(미국)/AP연합뉴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사태.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군 작전하듯 쇠사슬을 묶어 끌고 간 건 동맹국에 대한 결례”라며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성과를 위한 과잉 단속”이라고 분석했다.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 교수는 “정권 초기에 이민과 통상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중범죄자 끌고 가듯 쇠사슬을 묶어 호송한 모습은 동맹국에게 할 대우인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는 ICE가 단속 장면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정치적 성과를 내고 싶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배경과 관련해 민 교수는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과 국무부 간에 엇박자가 난 것 같다”며 “만약 국무부가 조율했더라면 대규모 급습이 아니라 경고 후 최소화하는 방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홍보 분야가 이민 정책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옹호하면서도 한국과의 투자·동맹 관계를 고려해 메시지를 달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장기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적이라 한국 숙련공들이 ESTA나 B1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관행이 있었고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용인됐다”며 “이번 사태는 미국 내 노동자 불만과 맞물려 정치적 과잉 집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해법으로는 비자 제도 보완을 강조했다. 민 교수는 “H-1B 비자는 연 8만5000개 추첨제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대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한국에 대해선 예외 트랙(E4 비자 등 입법)을 추진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강제 추방 대신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며 “향후 입국 불이익이 없도록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변수와 관련된 해석에 대해서는 “중국 열병식 참석을 겨냥한 경고라는 분석은 공감하기 어렵다”며 “다만 조지아 공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치적이었던 만큼 정치적 견제로 선택된 측면은 있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는 “분통 터지는 일”이라면서도 “이번 사태가 한국 인력 비자 제도 개선의 계기가 돼야 한다”며 “구금된 이들의 안전한 조기 귀국을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