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차고 넘치는 '존재의 당위성'

입력 2019-09-06 07:00수정 2019-09-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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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SUV 속에 녹아든 다양한 첨단장비, 여전히 경쟁력 월등한 V6 S2 엔진

2008년 데뷔 이래 모하비는 자존심으로 버텼다.

아랫급 쏘렌토와 스포티지가 갖가지 첨단장비를 속속 담아내는 사이, 모하비는 정통 SUV라는 굴레 속에서 변화를 거부했다.

승용차 타입의 말랑말랑한 ‘모노코크 보디' 대신, 꿋꿋하게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을 지켜온 것도 이런 이유다.

모하비는 그렇게 힘겹게 존재의 당위성을 지켜왔다.

▲모하비가 차 안팎을 화끈하게 바꾸고 모하비 '더 마스터'로 거듭났다. 명목상 '페이스리프트'지만 변화의 폭은 마이너체인지에 가갑다. (사진제공=기아차)

◇명목은 부분변경, 결과는 세대 변경=11년 만에 차 안팎을 화끈하게 바꾼 새 모델이 등장했다. 이름은 모하비 더 마스터. 그래도 분류기준으로는 여전히 1세대다.

겉모습은 지난 봄 서울모터쇼에 선보인 디자인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 낯 뜨거울 만큼 부담스러웠던 LED 장식을 걷어내 한결 친근하다.

모터쇼에 나온 콘셉트카는 앞 그릴 전체가 모조리 세로줄 LED였다.

양산형은 현실과 충분한 타협을 거쳐 절제된 모습으로 거듭났다.

그밖에 다른 외관에는 적은 비용으로 큰 변화를 일궈낸 기아차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앞쪽은 보닛과 범퍼, 좌우 펜더만 소폭 바꿨다. 이밖에 차 옆면을 앞뒤로 가르는 ‘사이드 패널’이 이전과 똑같다. 도어도 고스란히 옮겨왔다.

이 안에 채워넣은 전조등과 그릴, 테일램프, 트렁크 등은 모조리 바꿨다. 덕분에 전혀 다른 차가 눈앞에 등장했다.

스팅어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디자인을 연거푸 내놓고 있는 기아차 디자인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지 오래다.

▲V6 3.0 S2 디젤 엔진은 육중한 저속토크가 일품이다. 네바퀴굴림과 '로 기어' 나아가 지형에 따라 구동력을 바꿔주는 '터레인' 기능도 새로 갖췄다. (사진제공=기아차)

◇글로벌 경쟁모델 앞서는 V6 3.0 S2 엔진=엔진은 V6 3.0 S2 디젤 엔진을 고스란히 얹었다.

최고출력은 260마력. 순발력을 결정짓는 최대토크는 무려 57.1kg‧m에 달한다.

토크만 따져보면 가솔린 5.5리터 수준과 맞먹는다.

옛날 엔진을 그대로 얹었다고 불평할 일도 아니다. 기아차의 S2 디젤 엔진은 이미 명기(明機)로 꼽힌다.

국내에선 경쟁자가 없고, 유럽으로 사정권을 넓혀도 폭스바겐 아우디 디젤엔진에 모자람이 없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톱10 자동차 메이커는 더 이상 새 엔진을 개발하지 않는다.

이미 개발한 엔진을 다듬고 출력을 끌어올리며 내구성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조만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판국에 굳이 비싼 돈 들여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할 이유도 없다.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는 운전자 중심으로 레이아웃을 바꿨다. 흡사 곧 등장할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과 일맥한다. (사진제공=기아차)

◇제네시스 GV80 빼닮은 대시보드 구성=크고 묵직한 도어를 열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하비의 세계가 열린다.

미친 듯이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를 얹었던 2000년대 말과 달리 새 모하비는 철저하게 운전자 중심으로 꾸몄다.

12.3인치 크기의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은 K9과 K7에 얹었던 것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손이 닿고 눈길이 머무는 곳 모두 새 모습이다. 적어도 실내에 앉았을 때만큼은 전혀 다른 새 차로 여겨질 만하다.

한땀 한땀 정성으로 박음질을 찍어낸 가죽시트는 V8 고급세단에 옮겨놔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낼 법하다.

운전석과 동반석 앞에 펼쳐진 대시보드 디자인은 조만간 등장할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과 일맥한다.

승차정원도 다양해졌다. 이제 5인승과 6인승, 7인승을 고를 수 있다.

6인승은 2열에 독립식 시트를 갖춰 2+2+2 구성이다.

▲독립식 2열 시트를 바탕으로 6인승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진제공=기아차)

악명 높았던 2열 승차감은 크게 개선됐다. 서스펜션 구조를 바꾸고 '쇼크 업소버'의 직립을 통해 안정감을 끌어냈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잔진동은 2.3톤의 차 무게가 짓눌러 버리고, 큰 충격은 탄탄한 서스펜션이 상쇄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핸들 속에 숨겨져 있다.

프레임 방식의 모하비는 이제껏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휠을 썼다. 엔진 힘을 빌려 유압 펌프를 돌렸고, 연비도 나빴다.

새 모델은 유압펌프와 거추장스러운 동력전달 벨트를 모조리 걷어냈다. 엔진 부하가 줄어든 덕에 출력과 연비가 좋아졌다.

묵직해진 스티어링 휠은 이제 전동식이다. 덕분에 고속도로 주행보조 장치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주행보조 시스템도 갖추게 됐다.

기아차를 대표하는 SUV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프레임 보디 SUV가 전동식 스티어링 휠을 쓰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적어도 국내에선 처음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시도다.

▲디자인 콘셉트카 '모하비 마스터피스'보다 한결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사진제공=기아차)

◇빈 자리에 손쉽게 던져 넣을 수 있는 2.3톤=시동 버튼을 누르면 저 멀리 낮은 곳에서 묵직한 디젤 엔진이 살아난다.

방음재보다 흡음과 차음재를 겹겹이 쌓아놓은 덕에, 4기통 디젤에 익숙해진 탓에 모하비의 엔진음은 꽤 조용하다.

변속기 레버를 D로 옮기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깔끔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저속에서 전동식 운전대의 이질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탓이다.

전동식이 나쁜 게 아니다. 구닥다리 SUV에 길들여진 내 몸뚱이가 잘못이다.

최고출력 260마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회전수인 1800rpm 언저리에서 뿜어져 나온다.

2.3톤에 달하는 거구를 가벼운 솜털처럼 다룰 수 있다. 급가속 때 킥다운하면 8단 자동변속기는 2단계씩 건너뛰는 이른바 '스킵 시프트' 방식으로 움직인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마음만 먹으면 빈 자리에 차를 쉽게 던져 넣을 수 있다.

뱀이 똬리를 틀 듯 뒤엉킨 와인딩 로드에서도 육중한 저속 토크는 일품이다. 말랑말랑한 핸들링이 어우러져 어느 코스든 스트레스 없이 달려낼 수 있다.

큰 덩치를 가볍게 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슬며시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온다.

모하비의 연간 판매 목표는 2만 대 수준. 이미 사전 계약만 7000대가 넘었다. 지금 당장 계약해도 올해 안에 차를 손에 넣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다행이다.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일수록 존재의 당위성은 더욱 커질테니.

▲그릴과 범퍼, 좌우 앞 펜더를 다시 짰다. 개선 폭이 제한적이지만 결과물은 화끈한 변화로 다가온다. (사진제공=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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