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시간과의 싸움’

입력 2019-07-01 17:30수정 2019-07-0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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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리지스트·에칭 가스)은 사실상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필수 소재이며, 대일 의존도가 절대적인 탓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사태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 1위인 한국 기업들에 소재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도 큰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일 정부가 외교적으로 사안을 해결할 때까지 관련기업들은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간 셈이다.

1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의 수출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1~2개월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상황이 장기화하거나 일본 정부의 추가 규제가 있다면 업계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더 강력한 수출 규제를 할 경우, 한국산 반도체를 공급받는 일본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반도체 제조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도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일본도 규제적용 폭과 기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수출을 못 하게 될 경우, 자국 정부에 소송을 걸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용 에칭가스를 100% 한국에 공급하는 일본 스텔라의 경우, 올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60%가 반도체 관련 제품이다. 한국으로의 수출 제한이 현실화된다면, 스텔라 매출의 60%가 공중분해되는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공급 대체국가를 확보하려는 등 ‘탈(脫) 일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국내 소재 부품 기업에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에칭가스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에 따라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감광액(리지스트)를 생산하는 소재 업체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제조사들은 일본 제품 대신 국산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제조사들이 일본 제품을 많이 쓰고 있지만, 국내 제품도 기술력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매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 10% 정도다.

엄주천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국장은 “반도체 산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며 “이번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는 지금도 불안정한 반도체 가격의 혼란을 더욱 가중 시킬 수 있으며, 글로벌 경제 뿐 아니라 일본의 이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에 따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감산 체제에 돌입하면 최근 업황 부진의 요인인 과잉공급이 해소돼 자연스럽게 ‘바닥 탈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B투자증권 김양재 연구원은 이날 투자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이번 이슈를 계기로 과잉 재고를 소진하는 한편 규제로 말미암아 발생한 생산 차질을 빌미로 향후 일본 업체에 대한 가격 협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단체들도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우리 정부에 조속한 갈등 봉합을 촉구했다.

황동언 대한상의 글로벌경협전략팀장은 “우리 정부는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합리적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지속해온 우호적 경제 관계를 회복하고 양국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양국정부가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도 “양국 경제계는 1965년 국교수립 이후 경제 분야만큼은 ‘미래 지향적 실용주의’에 입각해 교류 확대를 지속해 왔다”며 “한국 경제계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이러한 양국 간의 협력적 경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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