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삼계탕 한그릇이 1만6000원!!… 허탈한 손님, 난감한 주인

입력 2017-07-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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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인건비 등 상승에 매출 줄었지만… 가격인상 서로 부담

▲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전문점 앞에 시민들이 삼계탕을 먹기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이동근 기자 foto@)

“AI(조류인플루엔자)로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생닭 값은 떨어졌지만 인건비와 다른 재료비는 꾸준히 오르는데 가격 올리면 안 되나요?”

11일 점심 서울 여의도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복을 하루 앞둔 이날 점심시간을 맞아 삼계탕집은 전반적으로 손님들이 북적대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매출은 예년보다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곳이 많았다.

여의도의 또 다른 삼계탕집 사장인 B씨는 “한달 매출 평균이 2500~3000만 원 선인데 올들어 1월부터 6월까지 전년 대비 6000만 원 가량 감소했다”며 “올해 삼계탕 가격을 1000원 가량 올리려 했으나 그마저 쉽지 않아 종업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삼계탕집에서 삼계탕 1그릇은 평균 1만 6000원 선이다. 전국적으로 삼계탕 값이 1년 전보다 2.2% 올라 2015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AI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최근 생닭 값은 떨어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생닭값은 1㎏ 기준으로 500~1000원 내렸다. 육계 산지 가격도 지난 달 말 1㎏에 1300원 수준으로, 지난 5월 2400원대에서 한 달 만에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식당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삼계탕 값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가격인상이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주기로 가격을 올려왔는 삼계탕집 C씨는“복날은 아무래도 최대 대목이다 보니 매장 분위기가 나쁘진 않지만 500원 인상에도 야박하다는 손님이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복날이라 삼계탕집을 찾긴 했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눈치를 보였다.

직장인 김모씨(34)는 “얼마에 생닭을 들여오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삼계탕 값은 너무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같은 자리에 있던 직장인 이모씨(35)는 “비싸긴 하지만 요즘 치킨도 2만원 하는 판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삼계탕 가격에도 민감해지고 AI 등을 겪으면서 삼계탕을 꺼리는 심리도 있다 보니 전복이나 장어 같은 다른 보양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닭, 오리, 장어, 전복, 낙지 등 5대 보양식 중 닭 판매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수산물 비중은 올랐다.

이마트에서 지난달 닭 매출 비중은 54.0%로 작년(58.8%)과 2015년(65.9%)보다 크게 낮아졌다. 반면 장어 매출 비중은 작년 6.7%에서 올해 13.5%로 2배나 뛰었고 전복은 20.6%에서 21.6%로, 낙지는 3.8%에서 5.5%로 일제히 높아졌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에서 전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아무래도 여름철엔 보양식을 찾게 되다 보니 매출은 꾸준한 편”이라며 “전복값은 다소 올랐지만 장사가 꽤 잘되고 있어 굳이 가격 인상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웃음지었다.

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는 E씨도 “장마가 지나가면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지금부터 장어가 최대 성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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