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올바른 미술품 컬렉션을 위한 가이드

입력 2014-08-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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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갤러리 아트컴퍼니 긱 대표

경제학적으로 미술품은 소위 기펜재라고 한다. 비쌀수록 잘 팔리는 소비자의 허영에 기반한 재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미술품을 단순한 감상이나 장식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산다면, 절대 ‘작품’을 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비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관점이 혼재해 있는 미술품 컬렉션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보려 한다.

먼저, 눈을 날카롭게 하라

자신의 일상의 오감을 예민하게 가꾸어나가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 담장을 타고 흐르는 담쟁이 등 세상의 모든 미장센에 오감을 열어두고 반응해 보라. 자신만의 프레임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예술적 가치가 흐르는 구도로 담아두어 보자. 사진을 취미 삼아 찍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둘째, 작품 이전에 작가를 먼저 보라

작품을 보면 작가를 알 수 있다는 것도 예전 이야기이다. 요즘 같은 정보 폭증의 시대에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마음이 열리는 대화를 나눠봐야 작가와 작품을 다 이해할 수 있다. 적어도 오프닝 때 작가를 만나보고 작품 이야기를 해본다든지, 더 나아가 그 작가의 철학, 일상생활, 심지어 작가의 지인들까지 알아놓으면 작가가 얼만큼 꾸준히 성실하게 작품 활동을 주관있게 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예술은 사람이다.

셋째, 음악과 건축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장르를 즐겨라.

빛의 삼원색처럼 건축과 음악과 미술은 한 곳에서 만난다. 예전부터 예술가를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은 건축, 음악 모든 분야에 걸쳐 광범위했다. 일반 컬렉터들에게도 관점은 같다. 건축물이 있어야 전시를 하고 미술품을 볼 수 있으며 음악과 같이하는 미술품 감상은 미적 쾌감을 증폭시킨다. 예술은 다양하다.

넷째, 따라하지 마라.

컬렉션도 자신의 분수에 맞게 하라. 집안이나 자신의 사무실에 자신과 가족의 추억이나 자신만의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 한 점만 걸자. 가격은 상관없다. 수십, 수백만원이던 심지어 몇만원 짜리 프린트물이어도 상관없다. 초보 컬렉터라면 아무리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일부 재벌이나 자산가들이 재테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수천만원, 수억원가량의 그림은 거들떠 보지 마라. 예술은 주관이고 뚝심이다.

다섯째, 수익을 본다면 주식이나 부동산을 보라.

그것 또한 예술의 한 장르일 수 있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주가지수나 현물지수, 부동산자산을 나타내는 각종 그래프의 운율 또한 예술이 될 수 있다. 재테크적 관점에서 미술품 구입을 하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라. 그것이 현명하다. 예술은 현실이다.

여섯째, 책을 많이 읽어라.

예술철학 입문서나 현대 미술시장 입문서 정도는 읽어야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는 일부 작가들의 트렌디한 작품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한 작품들은 반드시 시장에서 버림받는다. 사는 사람 또한 작지 않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컬렉터가 안목이 높아야 갤러리스트나 작가도 긴장한다. 그래야 미술시장의 수준이 높아진다. 예술은 지식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 보라.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예술대학 아카데미 과정을 보면 서양화, 동양화, 민화 등 실기수업 시간이 많다. 많은 돈 들이지 않고도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는 많으니 직접 그림을 그려보고 창작의 고통을 느껴보면 진정한 작가정신을 이해하게 되고 작품에 대한 물성적 이해도 쉬워진다. 예술은 이해다.

위와 같은 간략한 가이드만으로 현명한 컬렉션을 한다는 100% 보장은 없다. 하지만 돈을 주고 컬렉션을 하지 않더라도 미술을 즐기는 훌륭한 가이드는 될 것이며 올바른 아트컬렉션의 첫걸음을 밟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중 중요한 요인은 바로 수요자의 선호도이다. 요즘은 소비자 혹은 수요자 중심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컬렉터의 영향력이 중요한 시대이다. 내가 산 미술품이 내집 안방에만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의 성숙도를 좌우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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