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헐값에 STX에너지 삼키려는 오릭스 - 최재혁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6-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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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투기자본 행태를 보이고 있다. STX에너지를 헐값에 먹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지난해 12월 STX에너지에 36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만 해도 STX의 유동성 위기의 구원 투수였다. 오릭스가 돌변한 건 STX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다.

오릭스는 STX건설의 기업어음(CP) 가치 하락을 이유로 계약 당시 받은 교환사채(EB)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50.1%)로 올라섰다. STX건설과 STX에너지의 경영상 연결 고리가 미약한데도 지분율 확대의 근거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STX와의 상의는 없었다. 적대적 인수·합병(M&A)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오릭스가 STX에너지의 자회사 STX솔라를 처분하려는 것도 STX에너지를 삼키려는 꼼수다. STX솔라를 청산하면 오릭스는 STX에너지의 지분율을 최대 88%까지 높일 수 있다. 계약 체결 당시 STX에너지의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추가 투자 없이 우선주 전환으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 오릭스는 전체 이사 8명 중 1명이라도 찬성하면 STX솔라를 청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이쯤 되면 투자 자체가 기업의 존속보다는 청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분율을 높인 뒤 STX에너지를 매각, 1년도 안돼 두 배 가량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득을 보는 곳은 오릭스 뿐이다. STX에너지는 STX그룹의 알짜 계열사다. 그런데 STX에너지의 주주가치를 흔들며 계열사와 자회사를 헐값에 매각한다면 STX에너지의 기업 가치는 훼손된다.

STX에너지의 비상근 감사는 법원에 오릭스의 STX솔라 청산 요구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눈 뜨고 코 베이지’ 않도록 법원의 현명하고도 신속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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