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쌍용차 렉스턴W "싼타페가 가질 수 없는 5가지 매력"

입력 2012-09-17 17:17수정 2012-09-2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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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때부터 지켜온 ‘보디 온 프레임’, 저속 승차감에서 싼타페보다 유리해

▲새 렉스턴은 SUV 만들기가 경지에 다다른 쌍용차가 앞세운 플래그십이다. 주행감각과 핸들링은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SUV그대로다. 특히 저속에서의 승차감은 싼타페를 앞선다.

새로운 렉스턴은 서브네임 ‘W’를 더했다. 체어맨으로 W에 대한 가치를 알린만큼 렉스턴에게도 그 못잖은 가치를 더하겠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적절한 변화에 맞춘 이미지 변화다.

디자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먼저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을 바꿨다. 여기에 앞뒤 펜더와 도어를 감쌌던 두터운 사이드 가니시도 걷어냈다. 억지스러운 가니시 속에 감춰졌던 우람한 보디라인이 마침내 빛을 본 셈이다.

무엇보다 차체 곳곳에 디테일 디자인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고스란히 유지한채 헤드램프 안쪽과 뒤 테일램프 세부 디자인 등 섬세한 변화에 치중했다.

기본적인 균형미는 10여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안정적이다. 차를 화끈하게 바꾸기보다 상품성을 개선하며 판매를 늘려나가는 것이 렉스턴의 전략이다.

비슷한 무렵 등장한 현대차 싼타페와 맞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프레임과 모노코크 보디가 다르 듯 렉스턴과 싼타페를 추종하는 시각은 애당초 출발점이 다르다. 전혀 다른 성격으로 각각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렉스턴W가 가진, 현대차 싼타페에 없는 5가지 매력은 시승내내 쌍용차의 우월함으로 다가왔다.

▲균형미가 도드라진 인테리어는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다. 데뷔 이래 레이아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싼타페보다 부드러운 저속 승차감=승차감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나 초기 데뷔 때와 달리 프레임 보디의 특성을 많이 걸러냈다.

현대차 싼타페와 비교해 일장일단은 뚜렷하다.

작은 요철을 타넘는 모습은 현대차 싼타페보다 부드럽다. 프레임 보디의 특성이다.

작은 충격은 육중한 몸무게로 짓이겨버린다. 보디 전체에 전달되는 충격도 싼타페보다 덜하다.

반면 스티어링 휠로 전달되는 노면 진동은 모노코크 타입(싼타페)보다 큰 편. 저속에서 작은 요철은 타넘기에는 싼타페보다 렉스턴의 승차감이 한결 부드러운 편이다.

그러나 노면 충격이 커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프레임 보디가 보디 전체로 충격을 퍼트리는 사이, 싼타페는 말랑말랑한 섀시로 충격을 분산한다. 서스펜션의 댐핑 포스는 두 차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속안정성은 싼타페가 조금 앞선다.

렉스턴W는 모델별로 뒷 서스펜션이 다르다. 모두 5가지 그레이드 가운데 윗급 2가지는 뒤 서스펜션이 멀티링크다.

아랫급 3가지는 10여년 전 5링크 일체형 차축 그대로다.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실제 주행감각은 전자가 훨씬 안정적이다.

▲세련된 겉모습은 도심지와 오프로드 어디에 세워도 어렵지 않게 좋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더 이상 고쳐볼 수 없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프레임 보디의 우월성 그리고 자존심=모노코크가 좋고 프레임이 나쁘다는 생각은 버려야할 편견이다. 각각의 모델별로 특성을 살린 구조일 뿐이다.

국내에 남아있는 프레임 보디 SUV는 쌍용차(렉스턴W, 코란도 스포츠)를 제외하면 기아차 모하비가 유일하다.

렉스턴W와 모하비 모두 프레임 보디를 고수하고 있지만 사정은 전혀 다르다. 쌍용차는 SUV 전문 메이커로서 자존심처럼 프레임 보디를 지키고 있다.

무겁고 연비에 불리하며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있지만 쌍용차에게 프레임 보디는 사명과도 같다. SUV 전문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반면 모하비는 기아차에게 애물단지다.

수익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차를 단종하는게 현대기아차의 특성. 월 판매 몇 백대 수준인 모하비는 당연히 애물단지다. 그러나 기아차가 모하비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쌍용차의 그것과 다르다.

기아차는 한미FTA 협정에 따라 미국 픽업트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당연히 승객석과 화물공간이 분리된 픽업트럭은 프레임 보디가 기본이다.

기아차는 ‘10년동안 픽업시장 진입불가’라는 FTA 협정에 따라 당장에 픽업을 만들 이유가 없다. 그러나 점진적인 개발은 시작했다. 모하비가 기아차의 미국형 픽업트럭의 밑그림인 셈이다.

◇진짜 남자는 오프로더를 탄다=오프로드 성능은 렉스턴W의 압승이다.

렉스턴은 차세대 군전술기동차량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육군에 납품을 시작했다. 민수용이 단종된채 군납으로만 생산되는 레토나를 대체하기 시작한 셈이다.

군용은 민수용과 달리 차체를 조금 높이고 갖가지 군에 필요한 장비를 더했다. 기본적으로 레토나에 모자람이 없고 싼타페를 크게 앞서는 오프로드 성능을 나라에서 인정한 셈이다.

무엇보다 프레임 보디의 장점을 오프로드에서 고스란히 드러낸다. 웬만한 노면 굴곡에 끄덕이 없고 프레임으로 차체를 떠받친다. 모노코크 보디의 경우 이리저리 요철을 넘다보면 차체가 뒤틀어지고 서스펜션 지오메트리가 일그러진다.

시승차는 최고급형인 노블레스 버전. 이전의 일체형 차축이 아닌 멀티링크 방식을 써 험로에서 ‘휠 트래블(타이어의 위아래 운동범위)’가 좁다. 그럼에도 프레임 보디의 우월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한때 아랫급 모델에게만 허락했던 '속살 드러내기'가 렉스턴W에 와서 전 모델로 확대됐다. 데뷔 이래 10년넘게 이어온 앞뒤 펜더와 도어 가니시를 말끔하게 걷어냈다. 차체가 한결 커보이는 효과도 얻었다.

◇충돌 안전성과 검증된 엔진 내구성=보디 타입에 따라 충돌안정성을 단언하기 어렵다.

모노코크 보디는 충격흡수력이 뛰어나다. 반면 딱딱한 프레임 보디는 전면 또는 측면 충격을 줄이고 분산하는 기능이 모자란다.

한 마디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무릎을 구부리느냐 뻗뻗하게 세우느냐에 따라 충격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만일에 있을 차대 차 충돌을 감안하면 렉스턴W에 눈길이 더 간다. 모노코크 보디 SUV와 프레임 타입의 렉스턴W가 같은 비율로 충돌하면 렉스턴W는 충격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모자란다. 그렇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누가 가져갈까. 이리저리 따져봐도 프레임 보디에 앉아있는게 유리하다.

엔진 내구성은 이미 검증됐다. 렉스턴W의 커먼레일 방식의 직렬 4기통 2.0 XDi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을 낸다. 드러나는 수치는 물론 경쟁차보다 모자란다.

이 엔진의 밑그림은 메르세데스-벤츠의 OM 시리즈 디젤 엔진이다. 2.9리터(OM662)와 2.3리터(0M661)로 나뉘었던 엔진 배기량을 2.7과 2.0으로 다운사이징 하면서 새롭게 부각된 엔진이다.

10여년 전, 아랫급 엔진이었지만 이제는 쌍용차의 대세가 됐다. 당시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이 접목됐지만 철저한 내구성을 지닌 엔진 블록은 벤츠 기술 그대로다.

별다른 보링도 없이 100만km를 달렸던 무쏘 역시 같은 계열의 엔진이었다. 주인공은 한국도로공사 고객지원단 소속의 무쏘 602EL이었다.

▲쌍용차의 커다란 잠재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객의 브랜드 추종성이다. 경쟁사가 수입차에 고객을 빼앗기는 사이, 쌍용차는 잃었던 고객을 되찾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렉스턴W가 존재한다.

◇브랜드 추종성 “우리는 그래도 쌍용차를 탄다”=렉스턴이 가진 가장 자랑은 고정 수요다.

쌍용차에는 맹목적인 브랜드 추종성을 지닌 매니아가 수두룩하다. 거화와 동아 코란도를 시작으로 쌍용차 렉스턴까지 이어지는, 흰머리 가득한 마니아들이 수 없이 많다. 이들의 쌍용차 사랑은 현대차와 기아차 고객과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가 수입차를 견제하고 고객을 빼앗기는 사이. 최근 쌍용차는 잃었던 고객을 다시 되찾고 있다.

이들 가운데 쌍용차가 어려움에 빠지면 사비를 털어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고, ‘쌍용차 임직원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까지 존재한다. 현대차가 죽었다 깨나도 가질 수 없는 고객 들이다.

쌍용차는 그동안 흥하고 망하며, 성하고 쇄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넘어질 때마다 결코 주저앉지 않고 일어서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근원지에는 쌍용차를 응원하고 이들의 성공을 염원하는 마니아 고객들이 오롯이 존재한다.

이는 출력과 배기량, 편의장비와 승차감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다. 그리고 쌍용차 렉스턴W가 지닌 최대의 매력이기도 하다. 진짜 남자는 프레임 SUV 아니 쌍용차를 타야 제멋이다.

사진=최상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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