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돌아선 한미그룹 모녀와 형제…어느 쪽이 승기?

입력 2024-03-26 17:04수정 2024-03-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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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총 앞두고 갈등 최고조…송영숙 “임주현 승계자”vs임종윤 “지분 매도 없어”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조현호 기자 hyunho@)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불거진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을 그룹의 승계자로 지목하면서 두 아들과 완전히 갈라섰다.

송 회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나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라고 선언했다.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기각한 직후다.

전날 임종윤·종훈 형제를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사장에서 해임한 송 회장은 형제가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 자본에 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며 “두 아들의 말 못 할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라고 말했다.

형제의 편에 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도 날을 세웠다. 전날 오후 임주현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신 회장에게)저희 입장을 확실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하겠다”라고 말한 것을 24시간도 되지 않아 뒤집은 셈이다.

송 회장은 “신 회장에게 내심 기대했던 것은 그가 아들 둘을 설득해 분쟁 상황을 종결시키고, 모두 함께 한미그룹 발전을 논의해가는 토대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대를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라면서 “신 회장의 결정을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아들의 선택에는 아마 일부 대주주 지분도 약속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1조 원 운운하는 투자처의 출처를 당장 밝히고, 아버지의 뜻인 ‘한미가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기업으로 영속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주현(오른쪽)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5일 서울 송파구 한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임종윤·종훈 형제는 모친의 주장에 “어떤 매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들은 “송영숙 회장은 어떤 근거 또는 누구의 감언이설에 의해 두 아들이 회사를 ‘해외투기자본’에 넘긴다고 단정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이에 대한 근거를 밝히고, 왜곡된 정보나 유언비어를 듣고 그런 판단과 말씀을 하셨다면 취소나 정정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임종윤·종훈 형제는 “선대 회장님이 한평생을 바쳐 대한민국 1등 제약회사로 일구어 놓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한 번도 팔 생각 해본 적 없다”라면서 “오히려 송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이 통합이란 명분을 만들어 상속세 등 개인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주식을 제약산업과 무관한 OCI에 매각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영권을 넘겼다”라고 맞섰다.

▲임종윤(왼쪽)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법원이 이날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승패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재판부는 “송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제시했다.

법원의 판단에 임종윤·종훈 형제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는 신주발행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만 집중한 것으로, 이 행위가 초래할 한미의 중장기적 미래까지 고려하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며 “결정 이유에도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즉시 항고를 통해 다시 한 번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구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녀와 형제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펼쳐질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명,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의 이사 후보를 각각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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