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왈가왈부] 한미 통화스와프, 금융시장 안정 충분조건 아닌 필요조건

입력 2020-03-22 17:00수정 2020-03-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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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실물경제에 이어 금융시장에 충격..죽고 사는 문제로 인식, 상황 더 심각

지난주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었다. 미국 연준(Fed)은 한국 외에도 호주와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 중앙은행들과 각각 600억 달러 규모로, 덴마크, 노르웨이, 뉴질랜드 중앙은행들과 각각 30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최대 6개월로, 이후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은 통화스와프 체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에 해외는 물론이거니와 국내 금융시장까지 요동쳤던 상황에서 이같은 통화스와프 체결은 단비 같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다만,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또다시 폭락장을 연출했다. 통화스와프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 요동쳤던 금융시장 = 극단적인 현금, 그것도 달러 선호 현상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과 금 가격마저 주저앉혔다.

뉴욕시장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년여만에 2만선을 밑돌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도 미국채 10년물 기준 18일 1.1833%까지 치솟았다. 역대최저치를 기록했던 9일(0.5659%)과 비교하면 불과 7거래일만에 61.64bp나 급등한 것이다. 19일 금가격은 온스당 1473달러까지 급락했다. 7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6일(1682.5달러)과 비교하면 209.5달러나 추락한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혼란스럽긴 매한가지였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여만에 1500선을 내줬다. 20일엔 급반전해 1500선을 회복했지만, 주말사이 뉴욕증시 상황을 비춰보면 1500포인트 사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미국 공포지수(VIX)와 유사한 변동성지수인 V코스피도 19일 69.24까지 치솟아 2008년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 값도 요동쳤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296.0원까지 치솟았고, 전일대비 변동폭도 40원(3.21%)에 달했다.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같은날 원화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4.3bp(1bp=0.01%포인트) 급등해 7년여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시장은 더 흔들렸다. 이에 따라 회사채 스프레드는 83.8bp(A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차이 기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2012년 이후 8년여만에 최대치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품귀현상은 극에 달했다. 1년물 외환(FX)스왑포인트는 19일 마이너스(-)28원까지 급락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FX스왑포인트가 마이너스 폭을 키운다는 것은 외화자금시장에서 그만큼 원화를 찾는 수요보다 달러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 환율안정, 금융위기 때도 통화스와프 체결 후 5개월 걸려 = 통화스와프란 한마디로 양 당사자 통화에 대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한 것과 같다.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로 우리 입장에서는 600억달러규모의 달러화 마이너스통장을 6개월간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6개월 후에도 상황변화에 따라 또 연장할 수 있으니 더욱 든든하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처음엔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이후 6개월 그리고 또 3개월을 더 연장해 총 1년3개월간(2008년 10월30일~2010년 2월1일) 한미 통화스와프를 유지한 바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신속히 통화스와프 체결이 이뤄진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절실했던 이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주요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워 이같은 위기가 미국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한마디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 사태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내 퍼졌기 때문이다.

또, 너도나도 달러를 찾으면서 달러화 강세가 크게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18일 100을 넘어서며 3년여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화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시 수출경쟁력 상실 등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과 같이, 달러화 강세는 미국경제의 대외 경쟁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번에 미국이 상당히 신속하게 움직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한 상황이 생기니까 아무래도 기축통화국 입장에서 보면 기축통화가 기능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맥락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반면, 다수의 전문가들과 시장참여자들은 지금의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즉,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금융에서 문제가 발생했던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고, 이게 다시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또, 지금은 감염병으로 인해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에 봉착해 있어, 상황이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통화스왑 체결이후 5개월여가 지난 2009년 3월에야 비로서 달러화 가치가 안정세를 찾으며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 더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우선 =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각국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후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해 경기부양에 경제정책 초점을 맞췄다. 즉, 금리인하시 달러가 빠져나가기 시작해 환율이 급등(가치하락)하는 현상을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로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 상황은 앞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다른 측면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일 수밖에 없다. 다만, 치료제 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당국으로서는 그때까지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향,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방향에 초점을 우선적으로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논의되는 기업어음(CP)안정펀드도 절실해 보이는 때다.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및 관련 금리인하, 환매조건부채권(RP)매입 대상 채권에 은행채 포함, 국고채 단순매입 등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다만, 단기금융시장경색이나 금융권 유동성 지원을 위한 발권력 동원도 경우에 따라서는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돼야겠다. 한은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금융위기 당시에도 특별대출을 실시해 은행·종금사 유동성 지원은 물론, 단기금융시장경색, 은행자본확충 등을 지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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