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새 차보다 비싼 중고차 있었네

입력 2020-03-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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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 잔존가치 미국차보다 높아…독일 3사 감가상각 유리한 제네시스

▲신차 출고대기 기간만 6개월 안팎이 걸렸던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기본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2019년식 기준 잔존가치는 101%가 넘는다. (사진제공=현대차)

중고차 시세, 즉 ‘잔존가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산출된다.

어떤 차는 3년이 지나도 신차 가격의 70% 수준에 팔리지만, 또 어떤 차는 가격이 40%대까지 하락한다. 잔존가치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시장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나아가 이런 리스 이용자의 유지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3년 뒤 잔존가치가 60%에 달하는 차는 3년 동안 차 가격의 40%를 나눠내면 된다. 반대로 잔존가치가 50%에 못 미치는 차는 매달 지급하는 리스 또는 할부비용이 더 많아진다.

특정 브랜드는 물론, 특정 모델의 현재 가치를 대변하는 바로미터가 잔존가치인 셈이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내수시장에서 독일 고급차보다 잔존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현재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중고차의 상품성과 향후 브랜드 가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덕이다. 2018년식 기준 잔존가지츤 77% 수준이다. (사진제공=현대차)

◇제네시스 잔존가치, 독일 고급차 앞서=잔존가치는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유리하다. 나아가 비싼 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차가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비슷한 가격의 독일 수입차와 비교해 잔존가치가 높다.

예컨대 독일 고급차가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마케팅을 강조한다면, 제네시스는 다양한 첨단옵션과 사후관리의 편의성 등을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서는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독일차와 비교해 ‘국산’이라는 상대적 장점을 충분히 살린 셈이다. 물론 현대차와 차별화한 특화 전략도 제네시스의 약진에 한몫한다.

본지가 국내 최대 온라인 중고차 포털 SK엔카닷컴에 의뢰해 확인한 ‘국산 및 수입 고급세단 중고차 잔존가치 조사결과’에서도 이런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018년식 제네시스 G80의 경우 2020년 3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신차 가격의 7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가격의 아우디 A6의 잔존가치는 65.5%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우디 A6 40 TFSI의 신차 가격은 5939만 원에 달하지만, 이 가격을 고스란히 다 지급하고 구입하는 고객은 사실상 없다. 결국, 중고차 시장에서도 초기 할인 폭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셈. 2018년식 BMW 540i의 잔존가치가 61.8% 수준까지 하락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반면 신차 할인이 상대적으로 적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독일 3사 가운데 잔존가치가 가장 높았다. 출고 3년 차를 맞은, E-클래스 대표 모델 E 400 4매틱의 잔존가치는 75%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홍규 SK엔카 사업총괄본부장은 “현대차 시절 제네시스(DH)도 잔존가치가 높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G80의 가치가 조금 더 상승했다”며 “현대차 브랜드와 이원화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세그먼트별로 모델이 확대된다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차 할인폭이 상대적으로 큰 BMW의 경우 중고차 잔존가치 비율이 가장 낮았다. 2018년식 기준, 메르세데스-벤츠가 75% 수준의 잔존가치를 유지한 반면, 아우디와 BMW는 각각 65%와 61% 수준에 머물렀다. (출처=BMW 미디어)

◇미국 브랜드 SUV 잔존가치는 반토막=SUV 인기는 중고차 시장의 잔존가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수판매에서 SUV가 45%를 차지할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국산 대형 SUV 경쟁도 치열하다.

기아차 모하비와 쌍용차 G4렉스턴이 이전 모델의 부분변경 또는 풀모델 체인지다. 이와 달리 현대차 팰리세이드처럼 전에 없던 신차가 나올 경우 잔존가치가 더욱 높다.

때문에 팰리세이드는 중고차 시세가 신차의 기본가격보다 높은, 이례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2019년식 기준 팰리세이드의 중고차 잔존가치는 올 3월 기준 101.3%에 달한다. 옵션을 넉넉히 갖춘, 1년 된 팰리세이드 중고차가 신차(기본형)보다 비싸게 팔린 경우다.

지난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은 기아차 모하비의 중고차 잔존가치는 87.7%로 나타났다. 경쟁 선상에 있는 쌍용차 G4렉스턴(82.7%)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팰리세이드의 경우 이전에 없던 신차가 나온 만큼, 출고 2년 차가 돼도 여전히 ‘신차’라는 이미지가 뚜렷하다. 중고차 시장에서 잔존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 대형 SUV로 눈을 돌리면 잔존가치 차이가 확연하게 벌어진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수입 대형 SUV(2917년 기준) 가운데 볼보의 플래그십 SUV인 XC90의 잔존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대형 및 준대형 SUV로 △메르세데스-벤츠 GLE △BMW X5 △볼보 XC90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렉서스 RX450h △지프 그랜드 체로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포드 익스플로러 △포르쉐 카이엔 △혼다 파일럿 등이다. 모두 2017년식 기준 네바퀴굴림 모델이다.

비교 10개 차종의 평균 잔존가치는 57.9%인 데 반해 XC90의 잔존가치는 71.5%나 됐다. 출고 3년 차를 맞아도 신차 가격의 약 70%에 차를 되팔 수 있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한 하이브리드 SUV 렉서스 RX450h의 잔존가치는 65.9%로 2위를 차지했다. 신차 할인이 없기로 이름난 메르세데스-벤츠 GLE의 잔존가치도 62.5% 수준을 유지했다.

상대적으로 미국 브랜드 대형 SUV의 잔존가치는 평균치(57.9%)를 밑돌았다. 포드 익스플로러와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잔존가치는 각각 54.6%, 49.1%에 머물렀다. 출고 3년 차를 기준으로 잔존가치가 절반 미만으로 하락한 셈이다.

신차가 1억 원이 넘는 차종의 잔존가치도 평균보다 낮았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잔존가치는 56.0%, 포르쉐 카이엔이 54.9%,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52.1%로 나타났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트어 대형 SUV 가운데 미국 브랜드의 잔존가치가 가장 낮았다. 2017년식 지프 그랜드 체로키의 경우 잔존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출처-FCA US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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