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일자리마저 병든다…무급 휴가에 구조조정까지

입력 2020-03-09 15:19수정 2020-03-0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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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하이마트 희망퇴직 신청에 마트노조 “사실상 해고 수순”…업계 구조조정 불안 확대

(일러스트=손미경 기자 sssmk@)

“일자리마저 병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통업계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데다 확진자 방문으로 휴업하는 점포까지 늘면서 유·무급 휴가를 도입하는 기업에 이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고용 불안이 심각하다.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며 매장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여기에 한국 여행을 금지하거나 자제하는 국가가 늘어나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상 고객보다 상주하는 직원이 더 많은 점포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매출 부진으로 유무급 휴가를 도입하고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 지원 신청서를 제출하는 기업이 늘면서 유통업계 직원들은 연봉 삭감과 구조조정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00여 개 점포의 폐점 계획을 발표한 롯데그룹은 특히 사정이 심각하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가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9일부터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함에 따라 롯데는 물론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될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하이마트의 희망퇴직 대상은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이다. 대상자 대부분이 현장 근무 직원으로 80여 명 수준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1% 급감하자 올해 오프라인 부진점포 11개를 폐점하고, 21개 매장은 통폐합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희망퇴직도 실적 개선을 위한 고정비 절감 차원으로 풀이된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희망퇴직에 대해 문의하거나 제안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시행하게 됐다”며 “100% 자발적 의지를 가진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에 타인의 권고를 받았다면 심의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롯데쇼핑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8.3% 줄어들자 200여 점포를 폐점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방문으로 인한 임시휴점에 들어간 서울 중구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구 보건소 직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SK증권은 백화점의 경우 향후 5년간 5개 점포, H&B스토어 롭스는 130개 중 20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마트는 이보다 높은 수준인 125개 중 50개, SSM인 롯데슈퍼는 531개 중 70여 개의 점포가 폐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쇼핑은 구조조정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점포수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마트산업노조 롯데마트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반적인 유통업 침체에 따라 점포당 300~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은 물론 이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상 수만 명의 노동자 일자리가 위협받게 됐다”며 “앞으로 희망퇴직 등 사실상의 해고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롯데쇼핑 측은 폐점되는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해 잡음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희망 퇴직 등에 대해) 아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확진자 방문으로 일시 폐점했던 롯데면세점도 매출 감소로 인한 고용 불안은 크다. 이미 수백억 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데다 빅3 외에 면세점들이 줄줄이 유·무급 휴직을 도입하는 상황인 만큼 대기업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며 매출이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중소·중견면세점인 엔타스면세점은 고용노동부에 고용유지지원을 신청한 상태이며 SM면세점의 모기업인 하나투어 역시 고용유지 지원을 신청해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하나투어 계열사인 SM면세점은 고용유지지원 신청 대신 회사 자체적으로 22일까지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휴직 기간은 2주에서 최대 3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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