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입력 2024-05-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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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학병원 내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신분증이요? 안 가져왔는데요…

20일부터 병원이나 약국에 갈 때 신분증을 챙기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은 건강보험을 적용하기에 앞서 신분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데 따른 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일부터 ‘요양기관의 수진자 본인·자격 확인 의무화 제도’를 시행한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으려는 가입자나 피부양자는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요양기관에 제시해야 합니다. 동시에 요양기관은 환자가 찾아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전에 신분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죠.

지금까진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혹인 외국인등록번호만 제시하는 단순 자격 확인만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처방 약을 구입하려면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는 건데요. 환자 본인인지, 건강보험 자격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의무화된 데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2월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검사 예약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신분증 없어도 진료는 받을 수 있지만…'건보 혜택' 적용 안 된다

신분증이 없다고 병원에서 진료 자체를 받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건강 보험 혜택은 적용받을 수 없죠.

지난해 통과된 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병·의원, 약국은 환자가 찾아오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에 앞서 신분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건강보험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가입자나 피부양자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건강보험증 등 사진이 붙어있고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포함돼 본인인지 확인 가능한 증명서를 요양기관에 제시해야 합니다. 모바일 증명서로도 대체할 수 있는데요. 모바일 건강보험증의 경우 안드로이드용 플레이스토어와 아이폰용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고, 휴대전화나 금융인증을 통해 로그인한 뒤 사용하면 됩니다. 외국인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죠. 카카오나 네이버 등 민간인증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 여권, 장애인등록증, 외국인등록증 등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증명서를 제시해도 됩니다. 다만 신분증 사본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회보장 전산 관리번호를 부여받은 위기 임산부는 임신확인서를 제출해도 됩니다.

다만 예외도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행정 예고한 ‘건강보험 본인 여부 및 자격 확인 등에 관한 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19세 미만 사람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경우, 해당 요양기관에서 본인 여부 및 그 자격을 확인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 진료한 경우, 의사 등 처방전에 따라 약국 약제를 지급하는 경우, 진료 의뢰 및 회송받는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인 경우 등에는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죠.

예외의 경우를 제외하고 요양기관이 신분증 등으로 환자 본인 여부와 건강보험 자격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요양기관이 본인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신분증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과태료 및 부당이득금을 부과하지 않게 됩니다.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요. 통상 의원급에서 총비용이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환자가 직접 부담하는 돈은 1500원 정도입니다. 신분증이 없다면 10배에 달하는 1만5000원을 그대로 다 내야 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14일 이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 기타 요양기관이 요구한 서류를 지참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 금액으로 정산됩니다.

▲3월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외래 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본인 확인 강화 배경은 '부정수급'…건강보험 재정 누수 막자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게 된 건 '부정 수급' 때문입니다.

그간 다른 사람 명의나 건강보험증을 도용, 대여해 진료를 받고 처방 약을 수령하는 식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사례는 끊이질 않았습니다. 허점을 이용해 다른 사람 명의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는 경우도 속출했습니다. 유명인들의 '대리 처방' 문제도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죠.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적발 사례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이기도 합니다. 2021년 3만2605건이던 사례는 2022년 3만771건으로, 지난해에는 4만418건에 달했습니다.

이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의 허점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비판의 목소리는 2018년 이후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급여 재정수지가 4181억 원 적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커졌죠.

취업이나 유학 등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건강보험료를 지불하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일정 소득 기준과 재산 기준, 부양요건 기준을 충족하면 내국인 직장 가입자든, 국내에 기반을 둔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직장가입자든 차별 없이 자기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과 재외국민의 경우 소득 및 재산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일부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외국에 사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친인척까지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리고 필요할 때만 잠시 국내에 들어와 치료·수술 등 건보 혜택만 받게 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악용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또 외국인·재외국민 지역가입자는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점과 대비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죠.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 건강보험 가입자 중 외국인은 132만 명, 이 중 중국 국적 가입자가 68만 명(52%)에 달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외국인 가입자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일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 6개월 이상 체류해야만 외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을 바꿨습니다. 외국인 등의 친인척이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필요할 때만 잠시 국내 들어와서 수술이나 치료받고 출국해버리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건데요.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 주재원의 가족 등이 국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는 등 선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피부양자가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이거나 배우자일 경우와 유학(D-2)·일반연수 초중고생(D-4-3)·비전문취업(E-9)·영주(F-5)·결혼이민(F-6) 등 거주 사유가 있으면 즉시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해당 법의 개정으로는 1년에 약 121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020년 3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신분증을 제시하며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건보 본전 뽑기"도 난항 겪을 듯…"신분증, 꼭 챙기세요"

20일부터 신분증 검사가 요양기관에서 의무화되면서, 외국인의 건강보험 부정수급엔 더욱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앞서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대표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등 온라인상에는 한국의 외국인 국민건강보험 팁, 건강보험 환급 제도 등을 공유하는 영상과 콘텐츠들이 쏟아진 바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 건강보험 본전 뽑는 방법'을 안내하는 영상과 '하오양마오' 연관 콘텐츠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하오양마오'는 '양의 털을 뽑는다'는 뜻으로,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로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라고 합니다.

바이두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 중국인 여성은 국민건강보험료를 내고 '본전'을 뽑는 방법으로 △2년에 1번 공짜로 건강검진을 챙겨 받을 것 △스케일링, 사랑니 발치는 한국에서 싸게 받을 것 △3차 병원도 건보 혜택이 있으니 비용 걱정은 덜고 진료 의뢰서를 챙겨갈 것 등을 조언(?)했습니다. 그는 "한국 치과에서 스케일링과 사랑니 발치 역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영수증을 인증했는데요. "다 합해 3만8500원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 싸지 않나"라고 감탄하기도 했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 건보 무임승차설', '외국인 건보 먹튀설'에 불을 댕긴 겁니다.

사실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매년 흑자입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 건강보험에 가입한 전체 외국인이 실제로 낸 건강보험료보다 보험급여를 덜 받는다는 뜻인데요. 외국인이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과는 달리, 외국인 가입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중국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중국의 경우 2022년 유일하게 2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죠.

중국인 건보 재정은 계속 적자 상태지만, 적자 규모는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2018년 1509억 원에 달했던 중국인 건보재정 적자액은 2019년 987억 원으로 1000억 원대 밑으로 떨어지고 2020년 239억 원, 2021년 109억 원 등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죠.

이처럼 중국인 건보 재정 적자가 줄어든 건 건보 당국이 수년에 걸쳐 외국인 대상 건보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2019년 7월부터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했고, 이번에는 신분증 검사를 의무화해 외국인 가입과 보험료 부과 기준을 강화했죠.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무자격자의 보험급여 부당행위를 차단하며 환자의 안전 확보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당장 다음 주 월요일인 20일부터 시행되니, 병원과 약국에 방문할 때는 신분증을 챙겼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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