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까

입력 2020-01-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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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장

우리나라는 선진국일까. 국무조정실이 가장 최근에 조사한 ‘2016년도 ODA 국민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에 국민 47.6%가 ‘아직 아니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같은 선진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라’는 발언에 힘입어(?)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선언했다. 정부가 선진국이라고 선언했지만 ‘과연 한국은 선진국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선진국’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2015년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이투데이 행사에 참석해 선진국 개념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국가는 형벌국가에서 법치국가, 법치국가에서 질서국가로 성장하는데 질서국가가 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말을 꺼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법치국가로 가는 과정에 놓여 있다”면서 “굳이 국민이 법집행자가 있든 없든 간에 사회규범을 스스로 잘 지키는 수준까지 가야 진정한 질서국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과 국회의 법위반 관행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질서국가는커녕 법치국가도 초입에 겨우 다다른 것 같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을 비롯해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2012년 조희팔 뇌물 검사 사건, 2016년 진경준 검사장 뇌물 의혹 사건 등 검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 수사가 공정했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보여준 검찰의 뛰어난 수사력을 봤을 땐 더욱 그렇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법위반 사례도 마치 ‘관행’으로 포장돼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과연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가라는 회의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민중항쟁으로 만들고 지켜온 법치국가를 이들 권력 기관들이 오히려 흔들고 있어 세계 12위 경제 대국임에도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다.

질서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규범 준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의 규범준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국민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는 고사하고 단지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Malade·부패한 지도층)’만이라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오죽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대어인 ‘노블레스 말라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까.

현재 세계 경기는 좋지 않다. 특히 새해 초부터 미국과 이란이 정면충돌하는 악재가 발생해 우리 경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화로 한반도 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장기불황에 대비해 사업비와 경비 절감, 조직슬림화를 새해 경영목표로 내세우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새해를 맞아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희망을 꺾지 않으려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다.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사회지도층의 건강한 뉴스만 봤으면 좋겠다. 올해 검찰이 스스로 개혁해 부패 검사와 국민의 검사로 거듭났다는 소식을 1면 메인뉴스로 꼭 보도하고 싶다. 아울러 국회 여당과 야당이 합심해 민생·경제법안을 만들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었으면 좋겠다. 또 사회 지도층과 그 자녀들이 솔선수범해 어려운 이웃의 귀감이 됐다는 뉴스도 내고 싶다. 당장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간 이견 없이 유치원 3법과 데이터 3법 등 민생·경제법안을 통과시키고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도 통과시켰다는 뉴스를 싣고 싶다.

이 같은 뉴스가 올 한 해 지속한다면 우리나라도 법치국가를 넘어 질서국가로 진입해 전 세계에 당당히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행복한 뉴스만이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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