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복지지출 확대로 포기해야 하는 수백 개 사업

입력 2019-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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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사업예산 1조원 늘리려면 소규모 사업 수백 개 날려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내년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올해보다 20조6000억 원(12.8%) 증액됐다. 보건복지부 예산(82조8000억 원)은 단일부처 예산으론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했다. 연구개발(R&D) 등 혁신성장 비중이 커졌지만, 지출규모 측면에서 여전히 예산안의 방점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하지만 이런 예산규모를 놓고도 불만이 쏟아진다. 국민건강보험 국고지원비율이 법에 정해진 20%를 밑돌고, 저소득층·장애인에 대한 생활지원이 여전히 미흡하고, 국민연금 개편 및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몇몇 부서는 예산을 대폭 늘리고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다”며 “증액을 요구해온 단체들 입장에선 ‘100억 원이 필요한데 1억 원 줬다고 생색내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난색을 표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내년에 1조1000억 원 증액됐는데, 단일사업 예산을 1조 원 증액하려면 10억~20억 원대 사업 수백 개를 날려야 한다”며 “국고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쪽에선 다른 사업들을 안 보니 1조 원 증액하는 걸 너무 쉽게 말한다”고 토로했다. 실제 내년 재정지출 총액은 올해보다 43조9000억 원(9.3%) 늘지만, 교육 분야 예산은 1조8000억 원(2.6%) 증액에 그쳤다. 사업별론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국립대 육성지원, 창업지원 등의 예산이 깎였다.

복지지출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재정건전성도 악화한다. 복지지출의 대부분은 한 번 사업이 시작되면 축소나 폐지가 어려운 의무지출이다. 저출산·고령화로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진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지출은 수입을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필요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해서 지출을 터무니없이 늘리긴 어렵다”며 “이런 배경을 설명하면 복지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등은 세금을 더 걷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처럼 부자들이 나서서 ‘세금을 더 낼 테니 복지를 확대하라’고 하면 그나마 증세가 편하겠지만,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복지 수혜자들이 증세를 요구하면 세금을 낼 쪽에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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