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 낙관론은 하루천하?

입력 2019-07-15 11:00수정 2019-07-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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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분기별 재고 추이(위)와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주가 추이(아래)
일본의 대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따른 공급 과잉 해소 기대로 낙관론이 부상했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다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몇 주 간 의외의 사건이 겹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반도체 가격이 갑자기 상승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메모리의 공장에서 지난달 발생한 정전의 영향으로 스토리지용 NAND 플래시 메모리 공급이 감소하며 NAND 가격 상승 요인이 됐다. 여러 애널리스트들은 DRAM 현물 가격 상승에 주목했다. 번스타인의 마크 뉴먼은 11일자 리포트에서 DRAM 현물 가격이 당일까지 이틀간 3.8%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틀 간 상승폭으로는 2018년 초 이후 최대 폭이었다.

WSJ는 DRAM 가격이 지난 1년 간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DRAM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WSJ는 최근 시세 반등은 또 다른 의외의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에서 비롯된 한일 갈등을 배경으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주요 소재 수출 규제를 발동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양대 DRAM 제조업체인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다.

이런 상황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웨스턴디지털은 지난 주 주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잃을 DRAM 판매의 공백을 마이크론이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합작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바메모리는 정전으로 생산이 정체됐지만,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NAND 가격 상승으로 그 점까지 상쇄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블랙스완(예측이 어렵지만 일어났을 때의 충격이 큰 사안)’의 전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전망하기 어렵다. 일본의 전자업체와 한국 반도체업체의 상호 의존성을 고려하면 한일 정세는 특히 유동적이다. 한국 기업은 계속해서 일본에서 반도체 소재를 수입할 수 있지만,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 최대 90일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이 승인 절차를 얼마나 지연시킬지는 불확실한데다 양국이 화해할 기색도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재고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마이크론의 최신 보고서에서는 151일 분의 재고가 있다고 했다. S&P500캐피털IQ에 따르면 이것은 지난 5년 간 회사의 평균치를 60%가량 웃돈다. 삼성전자의 재고는 83일분, SK하이닉스는 105일분으로 모두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수요도 불투명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와 IDC는 지난 11일, 2분기 컴퓨터 판매가 예상 외로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설비투자는 1분기에 급감,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2분기도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는 11일자 보고서에서 “전례없는 수요 격차”가 반도체 업계에 계속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공급 혼란은 단기적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는 업계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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