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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는 제조업 ‘탈(脫)한국’… 악순환 고리 시작됐다
입력 2019-06-27 19:00   수정 2019-06-28 08:45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 4곳의 지난해 총매출은 657억 달러(74조 원)로 현지 기업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28%다.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 4개 공장은 지난해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삼성전자 옌빈공장 부지의 임대료 면제를 연장했다. 베트남 정부는 2013년 옌빈공장 설립 당시 4년간 법인세 면제, 12년간 5% 세율 혜택, 임대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베트남 인건비는 한국의 20% 수준이고, 법인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준다.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속속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재용 부회장의 베트남 총리 면담을 계기로 추가 투자 방안을 고민 중이다.

최근 1~2년간 해외 공장 설립에 눈길을 주는 국내 주요 기업 투자 담당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투자 환경이 국내보다 훨씬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롯데케미칼 등이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는 건 꺼리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기적인 반도체 투자 계획을 내놨지만, 이는 단기 투자 여건이 불확실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격한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기업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세금 문제도 선진국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작년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해당 구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반면 미국(35%→21%), 프랑스(33.3%→25% 계획), 일본(30%→23.2%) 등 주요국은 최근 법인세율을 낮췄다.

‘제조업 엑소더스’는 이미 현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2018 제조업 국내외 투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제조업 해외투자 증가율이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의 2배를 넘었다. 이에 따른 제조업 직간접 일자리 유출 규모가 연간 4만2000명에 달했다.

‘투자 부진→일자리 감소→소비 둔화→경기침체→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탈한국 현상은 앞으로도 대세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일단 한국의 높은 규제 장벽이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이 발표한 기업 관련 규제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50위를 차지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순위로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은 △높은 세금 △반기업 정서 △과격한 노조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 매력이 떨어진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 실장은 “해외투자 증가가 국내 투자 감소로 반드시 이어진다고 할 수 없지만,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법인세율 인상 등 국내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으로서는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해외로의 투자 유인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한국의 각종 기업 관련 규제가 투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생산 원가, 특히 인건비가 높아졌고 주 52시간제 등 노동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우리나라가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면서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친기업, 친고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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