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 냉전’…틈새 찾기 분주한 한국 기업

입력 2019-05-27 18:54

삼성, 화웨이폰 보상판매 확대…LG, 중국 생산라인 국내 이전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이 우리 기업에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통신 장비 회사 화웨이의 미국 진출을 차단하고 미국산 부품·서비스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자국 내 정보통신(IT) 인프라 사업자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 국가 안보에 끼치는 위험 여부를 사전에 심사해 금지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두 나라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대기업 역시 진퇴양난이다. 미국 편을 들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자니 중국의 무역 보복이 걱정이고, 중국 편을 들자니 미국과의 관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 IT·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통상전쟁 및 화웨이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일제히 나섰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화웨이와 사업적으로 가장 많이 얽힌 곳은 역시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경우, 최근 화웨이 사태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삼성전자 싱가포르 법인은 ‘갤럭시S10’ 시리즈를 사기 위해 화웨이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고객에게 기존 보상가 대비 17만 원 더 얹어준다고 밝혔다. 최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등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된 구글 주요 서비스 업그레이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현지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졌는데, 이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시스템에 대한 접근권 상실은 화웨이의 중국 외 지역 스마트폰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도체 등 부품 사업부에서는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화웨이와는 3년간의 특허 분쟁 후 지난 2월 말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관계를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 원) 가운데 17.7%(43조2100억 원)를 중국에서 올렸을 정도다. 전년(16.0%)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

SK와 LG 등도 최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화웨이 사태가 실적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6조7700억 원) 가운데 절반 가까운 47%(3조1600억 원)가 중국발이다. 지난해 1분기의 37%(8조7200억 원 중 3조2600억 원)에 비해 10%포인트나 늘었다.

LG는 5G 이동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해 있지만 LG전자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공장을 중국 현지에 두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이 발표되면서 LG전자는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프렌치도어 냉장고 생산라인을 창원공장으로 이전 배치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미·중 양국이 ‘기술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며 “향후 사태 추이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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