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원가 공개 압박에 건설업계 '속앓이'..."왜 우리만..."

입력 2018-11-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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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국토교통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공공택지를 시작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대폭 늘어날 것이 확실해 지면서 건설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개 항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일각에서는 공급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가격 공시항목을 확대(현행 12개→개정안 62개 항목)하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1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공택지 공급주택의 경우 1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공사비를 세부 공종별로 구분해 62개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11월16일부터 12월26일까지 40일간이고 관계기관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시민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이 꾸준히 요구하고 정부 역시 분양 원가 공개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마저도 부족하다며 더 세부적인 내용까지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내고 “62개 항목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당시의 공개에서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수준이다”면서 “정부가 분양원가 공개 항목 확대에 머물지 말고 속히 상세한 공사비내역을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움직임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일었지만 본격적인 도입은 노무현 정부 때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 때 분양원가를 공개해 아파트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2007년 주택법을 개정하면서 원가 공개가 시작됐다. 공공아파트 61개 항목과 민간아파트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하게 된 것이다.

이 항목은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자 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시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공공아파트 공개 항목을 대폭 줄이고 2014년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민간아파트 부문을 원가 공개 항목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공사비(5개)와 택지비(3개)·간접비(3개)·기타비용(1개) 등에서 12개 항목만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실질적인 원가공개 항목이 10년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관련 업계는 주택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존의 사례를 보면 분양원가 공시항목이 늘어난 이후 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007년 전국에 공급된 분양물량은 총 29만6823가구였지만, 2008년 들어서는 전년의 86% 수준인 25만5134가구만 공급됐고 2009년에는 23만625가구, 2010년 20만958가구로 분양물량이 꾸준히 줄었다. 주택사업 인허가 물량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후 2012년부터의 주택가격 상승과 분양시장 호황이 이 무렵 감소한 주택공급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원가 공개를 하면 단기적으로 분양가가 내려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닌 만큼 오히려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기존 아파트 가격으로 폭등하는 ‘로또 아파트’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가 공개 당사자가 되는 건설사들 역시 불편한 입장이다. 타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연이은 규제와 분양 보증을 담보로 한 분양가 통제 등도 군소리없이 감내하고 있지만 원가 공개까지 하라고 하면 누가 영업기밀과 기술력을 투입하며 분양시장에 뛰어들겠느냐”며 “결국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산업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자동차나 휴대폰 등 사실상 다른 산업재들도 원가 공개를 하지 않는데 유독 아파트만 원가 공개한다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들은 줄도산 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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