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버티면 채권 탕감…너무 관대한 주택금융공사

입력 2018-10-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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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지난해만 4413억 채권 추심포기…채권자 모럴헤저드 우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채권 추심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금공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4413억 원의 구상채권을 상각처리(장부상 손실로 처리)했다. 이는 주금공이 전년도에 상각처리했던 금액에 비해 무려 2679억 원 늘어난 것이다.

상각처리된 채권은 구상채권(특수채권)으로 분류되는데, 그 자체로 채무자에 대한 탕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구상채권에 대해서도 추심이 이뤄진다. 하지만 회수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채권에 대한 상각조치는 사실상의 ‘추심포기’로 여겨진다.

상각처리 금액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상각기준을 종전 10년에서 2년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금융 공공기관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채무조정이 어려웠던 개인·기업 채무자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주 의원은 이같은 선심성 정책이 채권자들에게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의원은 “2년만 돈을 갚지 않고 있으면 특수채권으로 분류되면서 상환압박이 줄어들고, 시간이 더 지나면 탕감시켜 준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무조건 채권을 탕감해주는 것만이 채무자들을 돕는 일이 아니라고 주 의원은 지적했다. 구상채권의 경우 영업점포에서 채권회수업무와 함께 기업의 재기 지원업무도 병행하고 있는데, 상각처리로 특수채권이 되면 기업이 재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주 의원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면밀한 조사나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수조원의 채권을 탕감하고 있다”며 “정부의 선심성 정책 남발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채무자들의 건전한 재기 기회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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