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병수 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 “홈피·앱 만들 때부터 장애인 접근성 고려해야”

입력 2018-08-31 10:35수정 2018-09-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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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장애인 고용비율 매우 낮아…그런 무관심이 장애인 고객 배제하게 만들어

▲김병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은행 점포 100군데를 다녀 보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을 단 한 명이라도 찾으면 고맙겠다”며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이 고객 서비스에서도 결국 장애인을 배제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읽을 수 없는 홈페이지와 알아볼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일반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이런 ‘예외’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는 들리지 않는 인터넷과 모바일 앱은 치명적이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는 시각장애인의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권을 평가하고 이를 인증하는 기관이다. 이투데이는 김병수(54) 소장을 만나 한국의 웹 접근성과 장애인 금융 서비스 접근성 현황에 대해 점검했다.

장애인에 쉬운 서비스, 일반인 더 편해

◇ “장애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일반인은 더 편하다” = 김 소장은 웹 접근성의 개념을 장애인으로 한정 짓지 말아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장애인 인구는 총 24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 수준”이라며 “시각장애인의 경우 준맹은 큰 글씨 정도는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선 소리가 잘 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자의) 크기나 색을 반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장애인을 위해서 관련 사안을 개선하면 이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노안으로 안경을 껴야 하는 사람, 어르신들처럼 갈수록 눈이 나빠지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접근성의 범위에 대해 “불편함을 겪지 않고 누구나 접근이 쉬워지는 사이트나 교통은 모두 접근성의 범주 안에 든다”며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일반인은 쓰기가 더욱 편안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장애인의 의미를 확대해 노안과 약시로 불편함을 겪는 고령층까지 포함했다. 이 경우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해 웹 접근성 확대가 용이하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웹 접근성 개념을 금융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단순히 장애인 인구가 전체의 5%밖에 안 된다고 배제하지 말고 잠재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금융권은 250만 장애인 인구를 새로운 시장으로 봐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잘 이용할 수 있다면 (금융사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금융권 역시 ‘아직도 개척하지 못한 시장이 있구나’ 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금융정보는 사실상 ‘공개’

◇“시중은행 점포 100군데 가운데 시각장애인 단 한 명이라도 봤으면” = 김 소장은 한국 금융사가 장애인을 고객에서 배제하는 원인을 ‘무관심’에서 찾았다. 금융사의 장애인 고용 비율은 다른 산업군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은행과 보험, 증권 등 현대인의 필수 영역인 금융에 장애인이 배제된 채로 남은 것은 이런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시중은행 점포 100군데를 다녀 보길 바란다. 시각장애인을 단 한 명이라도 찾으면 고맙겠다”며 “금융권이 장애인에게 문을 닫고 있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은행 창구에 가보면 창구 직원 역시 시각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통장을 발급받으러 가면 서류에 개인정보를 써야 하는데, 이들이 대필(代筆)을 꺼린다”고 토로했다.

김 소장은 “물론 개인 신상 서류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전맹(빛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람은 한글의 개념도 희미하다”며 “이 때문에 펜을 잡고 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데 (은행 측이) 억지로 사인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괴롭다”고 말했다.

아울러 본인만 다뤄야 하는 금융보안 정보 역시 시각장애인에게는 비밀의 영역으로 둘 수 없다. 김 소장은 “어떤 일을 해도 금융의 전제는 내 개인 정보(제공)여야 하지만, (장애인이) 혼자 가서 일을 할 순 없으니 제삼자를 데리고 가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한다”며 “(일을 돕는) 어떤 사람이 저와 3년만 함께 지내면 제가 없어도 은행에 가서 모든 일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말 심각하다. 이 부분만큼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해결책으로 장애인 고용을 주장했다. 또 단순 업무에 장애인을 고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장애인의 시선과 의견이 금융 업무 전반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경영 전략 수립 단계부터 장애인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금융 서비스 수준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옆에 사람이 없으면 금융 업무를 보기 힘들다”며 “금융사의 경우 지속해서 우리가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는데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시각장애인이 제삼자의 도움 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 일부 은행에서는 점자 보안카드와 입출금통장에 점자 스티커를 붙여 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정책 결정에 정작 ‘주인’은 없어

◇“집 설계도에는 그 안에서 살 사람의 처지가 반영돼야 진짜 좋은 집… 접근성 문제도 똑같아” = 김 소장은 정부의 장애인 접근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틀린 방향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많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한 해결을 원하는 의지가 있다면 먼저 시각장애인들을 포함한 웹의 개발 또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매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틀이 처음부터 설계가 된다면 접근성이란 문제가 왜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정부의 장애인) 간담회나 정책 발표도 좋지만, 정작 그 자리에 주체(장애인)는 없었다”고 말했다.

은행 업무와 관련해선 금융감독원의 보안 체계가 장애인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소장은 “송금과 결제를 (은행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문제”라며 “사실 은행 자체 기술 기반일 수 있지만, 그 보안 솔루션은 금감원이 개발한 보안 솔루션이다. 이런 것이 시각장애인의 금융권 진입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보안 때문에 가상 키보드나 수시로 위치가 바뀌는 유동 키보드를 쓰는데, 이런 것들은 (화면을 읽어주는 보조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가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인인증서 역시 스크린 리더 인식이 어려워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웹 접근성 제한 처벌 조항도 필요

◇“홈페이지 제작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 생각해야” = 끝으로 김 소장은 한국의 척박한 웹 접근성 환경을 바꾸기 위해선 제작 단계부터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KBS 홈페이지가 새롭게 바뀌었는데 (이후) 시각장애인들에게서 전화가 엄청 쏟아졌다”며 “확인해 봤더니 (드라마 다시 보기 등) 잘되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재생 버튼이나 다른 버튼에 이미지를 음성으로 인식하기 위한 ‘알트 텍스트’가 쓰여 있었지만, 새 홈페이지에는 빠져 있어 발생한 일이었다.

그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제작자들이 웹을 작업하면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생각해야 한다. KBS가 억하심정이 있어서 (불편하게) 한 건 아닐 것”이라며 “웹 제작자들은 본인이 만든 홈페이지를 일반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도 쓸 수 있다는 전제를 항상 깔고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웹 접근성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업들이 있다”며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을 강력하게 만든다면, (웹 접근성 강화의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정부의 웹 접근성 강화 대책을 촉구했다.

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단체…김 소장, 유도 선수·동화작가 이색 경력

◇한국웹접근성센터 김병수 소장은

한국웹접근성센터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단체다. 2002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개발 당사자 단체로 참여를 시작해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센터는 기술성 평가단과 웹접근성평가교육을 이수한 사용자(전맹시각장애인, 저시력시각장애인 등)로 구성된 사용성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수 소장은 올해부터 한국웹접근성센터를 도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빛조차 볼 수 없는 전맹에 가까운 시각 장애를 갖고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은 형태 정도만 짐작으로 알 수 있고, 이 외에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글자 인식 역시 점자나 음성스크립터를 반드시 통해야 가능하다. 1982년 제2회 장애인 체전에 출전해 유도 금메달을 땄고, 1999년에는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작품 공모전 아동문학 동화부문에 응모해 당선되는 등 이색적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경력

△1986년 맹학교 고등부 졸업 △1998년 신학대학원 졸업 △2012년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 지도분과위원 △2015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민원분과 위원장 △2018년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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