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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마련...삼성생명, 수조원 전자 지분 매각 불가피
입력 2018-04-03 10:27   수정 2018-04-03 14:02
비금융사 지분 보유한 금융회사 필요자본 확충 하거나 지분 매각해야

금융위원회는 3일 상호·순환출자 구조가 심각하거나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금융그룹에 대해 자본 확충이나 내부거래 축소 등 경영개선계획 수립을 권고할 수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마련, 발표했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으로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과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의 97개 계열 금융사가 해당된다.

이날 발표한 모범규준은 3개월간의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최종안을 확정, 7월부터 시범 적용한다. 금융위는 해당 법을 올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수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비금융사 지분 규모 많으면 자본 더 쌓아야 = 금융위는 이날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발표하면서 동반부실 위험 평가시 비금융사가 금융사에 미치는 부실위험에 대해 필요자본을 확충 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동반부실 위험평가는 지분 관계에 있는 제조업과 같은 비금융사가 금융회사에 미치는 위험을 종합 평가한다. 해당 평가시 필요자산 자산 규모는 금융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의 주식과 신용공여에서 개별업법이 인정하는 자본액을 뺀 뒤 여기에 등급별 비율을 곱해 측정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등 27조6297억 원(2017년 말 기준) 규모의 주요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으로 평가하며 해당 규모가 총 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의 장부가액에서 보험업법이 인정한 취득가액 규모인 6755억 원을 빼도 26조9542억 원이라는 막대한 지분가치가 남는다.

금융당국은 해당 규모에서 등급별 차등을 둔 비율을 곱해 필요자본 규모를 산출할 방침이다. 26조9542억 원에서 10%(0.1) 안팎만 곱해져도 삼성생명은 3조 원가량의 자본 확충을 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비금융사 주식 규모가 전체 금융사 중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동반 부실 위험 평가에서 최하점이 나올 것이 유력하다. 이미 삼성생명은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향후 시행될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취지를 훼손하는 방침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세훈 금융그룹감독혁신단 단장은 “현재 구체적 필요자본 산정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금융권의 의견을 들어 산정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필요자본을 더 쌓거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할 수 있지만 정확한 것은 연말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복수의 기관에 용역을 맡겨 동반 부실 위험평가 모형을 만들 계획이다.

◇회계기준 변경·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전자 지분 매각 불가피 = 금융권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0년 원가법을 시가법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적용된다. 새 기준에서 보험부채를 현행 가치로 보고 시점마다 재측정하면 삼성생명은 많게는 20조 원가량의 자본을 추가 확충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가 삼성전자 주식 보유 대신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자사주가 소각되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비율은 올라간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같은 기업집단 소속 금융그룹이 다른 회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으로 삼성생명의 순환출자 구조 강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비금융사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금융사와 금융사가 같은 지배구조에서 묶여 있는 곳은 국내가 유일하다”며 “결국 삼성생명은 지주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등에 비금융사 지분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의 동반 부실 위험평가가 확정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간 금융지주사 법을 재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으로 금융사의 비금융사 지분 매각을 촉발하면, 중간 금융지주사 도입을 통해 재벌 금융그룹의 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국 국장은 “중간 금융지주사 도입 여부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진척 상황을 본 뒤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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